[오늘의 사람들] 배호기념사업회 창립 정용호씨
1999/01/21(목) 17:18
『신장염으로 고생하다 71년 29세로 요절한 가수 배호(본명 배만금)는 아직도 열성팬이 많은 가수입니다. 지하철 6호선과 4호선의 환승역이 되는 삼각지 역내나 가로공원에 배호의 노래비를 건립할 계획입니다』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충단공원」등 명곡을 남긴 배호를 좋아하는 팬들이 뭉쳤다. 배호기념사업회 회장대행 정용호(36)씨는 21일 팬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주요 사업을 발표했다. 노래비 건립, 자선공연, 유작음반 제작, 자료전시관 건립등 할 일이 많다. 김헌선 경기대교수, 여성국극인 김진진씨등 팬 중에는 유명인사도 있지만 『10년 전 실명한 뒤 배호만 듣고 있다』는 50대 여성팬, 「배호노래만 듣다가 부부싸움을 했다」는 40대 남성등 「보통팬」들이 더 많다. 시인 정공양씨는 배호의 전기까지 준비중이다.
정씨는 지난 해 발기인대회를 연 이후 많은 일을 했지만 원래 열성팬은 아니었다. 그는 김구선생의 암살자인 안두희씨의 집을 습격하기도 했고, 구한말 고종의 외교자문이었던 헐버트박사의 기념비 건립위원회 집행위원장도 맡고 있는 「열혈청년」이다. 90년 독립운동자료를 찾다 만주에서 활동한 독립투사 배국민(50년 별세)씨의 아들이 배호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는 아들을 잃고 궁핍하게 살아가는 김금순(92년 별세)의 양아들이 됐다. 『돌아가실 때까지 아들의 금테안경을 끼고 있을 만큼 아들을 그리워하던 어머니가 눈에 선하다』는 그는 배호 음반을 구하지 못한 이들에게 음반을 보내주고 있다. 그의 주문은 『진짜 열성팬만 연락을 해달라』는 것이다. /박은주기자 jup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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