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연두교서] 의사당에 폭탄이 터진다면?
1999/01/20(수) 17:26
미국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고 있을 때 폭탄테러가 발생한다면? 물론 「만약」이다. 그러나 미국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같은 만일의 사태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의사당에 테러가 발생해 대통령과 다음 승계권자인 부통령, 하원의장,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이 전원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게 되면 미국의 정치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때는 상·하의원, 행정부 각료, 대법원장 및 대법관 등 주요 인물이 전원 의사당에 모인다.
그래서 이날만은 행정부의 각료 중 한 사람을 지정, 의사당에 참석지 않고 「안전 장소」에 대피해 있도록 한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그로 하여금 통치권을 행사토록 한다는 것이다. 19일 빌 클린턴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에는 주택 및 도시계획 장관인 앤드루 쿠오모가 빠졌다. 각료들이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맡는 「당번」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그는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볼 수 없게 돼 매우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보안수칙은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부터 비롯된 관행. 주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을 계기로 적이 기습적인 핵공격이나 테러를 감행할 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냉전이 종식된 지금에도 여전히 테러리즘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은 이 수칙을 준수하고 있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 jmnew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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