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물나는 대치정국
1999/01/20(수) 17:08
정치권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하루도 편히 넘기지 못하고 한치앞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박하게 돌아간다. 야당의 새 원내사령탑이 대여협상의 물꼬를 트는가 싶더니 어느새 당 상층부에서 총무합의를 뒤집어 버렸다. 이유는 새총무가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비록 여야합의라고 해도 이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야당총무는 「당내 강경파 때문에 일하기가 어렵다」고 푸념했고, 여야는 유보키로 했던 단독청문회와 장외집회를 다시 재가동하는등 대치상태로 되돌아갔다.
정치가 국민의 아픈 곳을 감싸기는 커녕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차가운 불신과 혐오뿐이다. 정국이 꼬이면 꼬일수록 그 일차적 책임은 여권으로 돌아 갈 수밖에 없다. 정국운영의 책임은 여당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야당 역시 정국경색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런 때일수록 여야가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이런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어떻게든 자신의 뜻만을 관철하려는 배타적 권력의지만 충만해 보일 뿐이다. 어쩌면 그 여당에 그 야당일까. 이런상태에서 대화정치를 바라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여야는 19일에 이어 20일에도 총무접촉을 갖고 여당의 단독청문회와 야당의 장외집회등에 대한 타개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없이 끝났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의 불퇴전의 권력의지만 확인했을 뿐 공존을 위한 게임 룰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여야가 이처럼 제각기 완승만을 추구하는 한 상당기간 정치는 파행을 면키 어렵다.
여당은 20일 청문회를 재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기관보고를 듣고 환란의 원인규명과 책임소재를 따지는 파행적 원맨 쇼를 연출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도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독도수호 및 한일 어업협정 비준무효화 투쟁 궐기대회」를 열기로 한데 이어 24일엔 마산역 광장에서 3만명 규모의 장외집회를 갖기로 했다. 이름은 「정치사찰 지역민생파탄 규탄대회」이나 속셈은 삼성차 LG반도체 등 최근 정부가 주도한 빅딜이 이 지역출신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망국적 지역감정에 호소하려는 작태다.
언제까지 이같은 불상용의 관계를 지속할 것인지 여야 정치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은 일방적 청문회를 즉시 중단하고 야당도 장외집회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 상대를 포용하는 자가 이기는 자라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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