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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청문회] 한은 시장개입이 환란의 결정적 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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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청문회] 한은 시장개입이 환란의 결정적 단초

입력
1999.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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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청문회] 한은 시장개입이 환란의 결정적 단초

1999/01/20(수) 22:24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97년 한해 동안 한국은행은 단 한달도 거르지 않고 시장개입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달러를 사들였든, 팔았든 하루에 작게는 200만달러에서 많게는 20억달러까지, 툭하면 시장에 들어갔고 이는 결국 환율의 왜곡과 소중한 외환보유액의 탕진을 초래, 환란(換亂)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하게 됐다.

당초 한은이 계획했던 97년중 연간 시장개입액은 15억달러. 한은은 97년1월29일자 「외환보유액 확충대책」에서 1·4분기 29억달러 2·4분기 10억달러의 시장개입을 단행(달러매각)한 뒤 3·4분기에 15억달러 4·4분기엔 30억달러를 흡수, 연간으론 15억달러 정도만 달러를 시장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그러나 15억달러의 시장개입 목표액은 결과적으로 17배에 육박하는 259억9,850만달러로 늘어나게 됐다.

월별 개입물량을 보면 97년1월 27억달러에 이어 한보사태 후유증이 본격화했던 2월엔 현·선물환 개입을 통해 무려 63억달러를 쏟아부었고 3월에도 33억달러를 투입했다. 1~3월 석달간 123억달러의 달러를 시장에 무차별 살포했던 것이다. 한보사태가 진정됐던 4~6월엔 줄어든 외환보유액을 벌충키 위해 시장에서 77억달러 가량을 사들였다. 그러나 기아사태이후 7월에 8억달러, 8월 34억달러, 9월 38억달러의 시장개입을 단행했으며 외환위기가 본격화했던 10월엔 54억달러, 11월 66억달러, 12월 16억달러를 시장에 투입했다.

이같은 과도한 시장개입은 두가지 경로로 외환위기로 직결됐다. 우선 환율이 달러의 수급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채 외환당국의 의지에 따라 좌우됐고, 올라야 할때 오르지 못하고 내려가야 할때 내려가지 못함으로써 결국 한꺼번에 폭발하게 된 셈이다. 만약 연초부터 개입없이 환율의 상승압력을 수용했다면 환란은 막을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96년 경상수지적자가 200억달러가 넘은 상황에서 연초부터 환율을 「1달러=1,000원」까지 조기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와 정부일각에서까지 제기됐음에도 불구, 당국은 10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으면서 환율을 달러당 800원대에서 묶어놓았다.

시장개입으로 공급되는 달러는 외환보유액에서 나온다. 개입하는 액수만큼 외환보유액은 줄어들게 된다. 환율방어를 위해, 더구나 1만달러 국민소득유지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가경제를 각종 투기세력으로부터 보호할 「마지막 저지선」인 외환보유고를 탕진한 셈이다. 시장개입분외에 11월이후 금융기관에 지원했던 긴급결제부족자금(232억달러)까지 합치면 97년 한해 동안 5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이 소진된 셈이다.

한은은 『시장개입 문제는 재경원이 결정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관리주체로서 재경부와 함께 환란의 무거운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성철기자 sc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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