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멋을 뽐내고 미에 취하고 맛을 즐긴다
1999/01/20(수) 18:10
고급 옷가게와 화랑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가 고급식당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청담사거리에서 압구정동 방향 큰길가와 안쪽으로 독특한 분위기와 맛으로 승부를 거는 식당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청담동 풍경이 바뀌고 있다.
최근 석달 사이 이 지역에 문을 연 식당은 이탈리아·프랑스식당 무제오 델라 쿠치나, 이탈리아식당 베네디지오네, 중국음식에 프랑스·이탈리아풍을 가미한 퓨전식당 마리 등. 동서양을 혼합한 이른바 퓨전음식의 국내 상륙지점도이 일대다.
지난해 문을 연 시안, 궁 등이 출발이다. 청담동 고급주택가 골목에 95년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 하루에를 효시로 고급카페가 파고들더니 점차 상권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고급식당이 큰길로 나오기 시작했다.
80년대 오렌지족의 거리 압구정동이 어지러운 간판과 네온사인으로 덮인 반면 청담동 거리는 차분하고 반듯하다. 압구정동은 이제 보세옷가게와 지저분한 골목을 쏘다니는 10대, 20대가 점령했고 30세 안팎의 성공한 전문직 종사자들과 중장년층은 청담동을 찾는다.
이달 등장한 베네디지오네(518-3838)는 신라호텔이 직영하는 이탈리아식당으로 옷가게 캘빈 클라인 옆 석조건물 7층에 있다.
2만~4만원선의 세트메뉴 외에 나폴리식 소스의 홍합구이(9,500원), 새우와 브로콜리를 넣은 마늘소스 스차게티(1만500원), 로즈마리향의 왕새우구이(2만3,000원) 등이 대표적인 요리. 작은 바를 갖추고있어 간단하게 술이나 음료를 즐기기에도 편하다.
베네디지오네에서 압구정 방향으로 5분쯤 걸어가면 맑은 유리벽의 2층 건물 무제오 델 라 쿠치나(3446-0002)가 나온다. 「음식박물관」이란 뜻의 이 식당은 장식이 별로 없이 깔끔하고 아늑하다. 밝은 마룻바닥, 유럽풍 고가구와 초록식물, 꽃이 액센트를 주고있을 뿐이지만 내부는 아름답고 편안하다.
메뉴는 매주 바뀐다. 파스타나 고기·생선요리의 점심 세트메뉴 1만9,000원~2만4,000원, 거위간과 스테이크는 저녁 세트메뉴가 3만~5만원. 오후3시~6시에는 커피와 케이크를 판다.
수입의류점 프라다 매장 골목에 들어앉은 마리(542-6092)는 중국음식점 같지 않고 작은 카페처럼 보인다. 30석 밖에 안돼 예약이 필수. 검정콩을 발효한 두치소스의 도미튀김(2만5,000원), 레몬소스 닭튀김(1만8,000원), 칠리파스타를 곁들인 새우튀김(2만8,000원) 등이 인기메뉴.
10만원의 세트메뉴가 있는가 하면 3,500원짜리 물만두도 판다. 사장 신성순씨는 『90년대 고급취향은 자신의 입맛대로 자신있게 즐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6,000원짜리 짜장면에 와인 한잔을 곁들여마시는 것도 여기서는 낯설지않다. 오후3시30분~5시30분 잠시 문을 닫고 일요일은 쉰다. /오미환기자 mhoh@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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