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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신고전화(박은주 문화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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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신고전화(박은주 문화과학부)

입력
1999.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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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신고전화(박은주 문화과학부)

1999/01/20(수) 16:51

「관계」가 흔들린다.

17일 새벽 2시 아버지가 술에 취한 딸을 꾸짖다 뺨을 세 차례 때리자 딸은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딸이 자주 늦게 귀가한데다 아버지가 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무혐의 처리했다. 보충학습시간에 장기를 두다 적발된 두 학생은 교사가 뺨을 때렸다며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제를 화해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전통적 부녀관계, 사제관계가 와해되고 있다.

「관계」가 흔들리게 된 계기는 바로 「신고」 때문이다. 아버지가 꾸중을 하면 자식은 머리를 조아리고, 딴 짓을 하다 선생님께 들키면 그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하는 것이 우리 가정과 학교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 학생이 뺨 한 대 맞았다고 출동하는 경찰은 그런 신경을 딴 곳에 그렇게 써보라』고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TV의 여러 고발프로그램에서 본 바와 같이 아이를 죽지만 않을 정도로 끔찍하게 때리는 부모들도 『아이가 말을 안 들어 손을 약간 댔을 뿐』이라고 말한다. 신고제는 매맞는 아이들의 유일한 탈출구이다.

아이들은 맞을 짓을 많이 한다.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내가 너를 때리고 ○값을 문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어른에게는 손을 대기 힘들다. 성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데는 법률이 끼여들기 때문이다.

「겨우 뺨 한 대를 때린 걸로 뭘」하는 어른들의 생각과 「세상에 뺨을」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사이에 「112 신고제도」가 있다. 가장과 스승의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고 체벌을 감수하던 시대는 지났다. 「신고제」라는 서양식해결도구가 새로 등장한 것이다. 어른들은 가족을 「신고」하는 것에 익숙지 않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제 잘못을 모르는 영악한 아이들은 앞으로도 어리숙한 어른들의 뒤통수를 몇 차례나 더 후려칠 것이다. 그렇다면 어른들도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때로는 지나치게 베풀고, 그러다 맘에 안 맞으면 한 대 때리고 마는 우리식의 사랑은 이제 용도폐기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IMF가 아시아적 가치의 문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던가. 그렇다면 112 신고전화의 도입은 한국적 가족관계, 사제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지도 모른다. jupe@hankookilbo.co.kr

박은주 문화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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