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독대] DJP 큰고비 못넘었나
1999/01/19(화) 17:31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가 19일 오후 다시 대좌했다. 배석자없이 모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회동을 기점으로 한동안 「장외」에서 전개됐던 내각제 공방은 다시 DJP 회동의 틀 속으로 돌아왔다.
15일 자민련 대전교례회 이후 청와대와 자민련이 공격을 주고받는 가운데에서도 두 사람은 침묵을 지켰다. 김총리 뿐아니라 김대통령도 지난해 12월18일이후 자신의 「육성」으로 내각제 개헌 연기론을 얘기한 적은 없다.
두 사람은 그동안의 대리전을 통해 서로의 의중을 충분히 탐색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전날 「노골적인」 개헌연기론을 제기했던 김중권(金重權)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이제는 모든 문제를 두 분에게 맡겨야할 때』라고 말해 두 사람이 이날부터 「서론을 생략한」 본격적 논의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김대통령과 김총리는 30여분간의 독대를 마친 뒤에도 여전히 말을 아꼈다. DJP간 협상이 이날 회동에서도 큰 고비를 넘지는 못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침묵의 의미를 해석하는 양진영의 시각이 판이하게 달랐다.
청와대측은 김총리가 「대세」를 감지했으며, 다만 자신의 지지세력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심지어 자민련 강경세력과 JP의 이해관계가 일치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15일 자민련 대전교례회는 「DJP가 후보단일화 합의에 서명했을 뿐 모든 권리를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김대통령과 김총리 두 사람 모두에게 보낸 것』이라며 『청와대의 개헌연기론은 이를 견제하고 JP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제기한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DJP간에 개헌연기라는 큰 방향에 대해선 의견이 일치됐고, 권력분점, 연합공천, 개헌담보방안 등 반대급부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민련측 해석은 DJP간의 「기(氣)싸움」이다. 김총리와 교감을 거친 관계자들은 『기득권을 가진 김총리가 합의문 변경에 관해 먼저 얘기를 꺼낼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더욱이 경제 등 현재의 상황이 김총리로서 논쟁을 본격화하기에 유리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과거 DJP협상의 사례에 비춰볼 때도 김총리는 마지막까지 침묵을 지킴으로써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나 이번 담판이 오래 계속될 성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후보단일화 협상과는 달리 이번에는 시간이 DJP중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니며, 가까운 시일내에 큰 흐름은 표면화할 것이 분명하다.
/유승우기자 swyoo @ 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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