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과뒤]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도전
1999/01/19(화) 15:39
「문명의 충돌」을 쓴 새뮤얼 헌팅턴 미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신문과의 신년 대담에서 20세기를 「전쟁과 이념, 미국의 세기」로 요약했다. 1, 2차 세계대전과 숱한 지역분쟁,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사회주의 등 끝없는 이념대립, 그리고 오늘날의 미국을 되돌아 보면 「전쟁과 이념, 미국」세 단어로 20세기를 규정한 그의 통찰력이 날카롭다.
세 단어 중 핵심은 미국이다. 크고 작은 전쟁도, 이념도, 자본흐름도 결국 미국의 힘과 뜻에 의해 결말이 났다. 「팍스 아메리카나」란 표현이 가슴에 와닿는 요즈음이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팍스 로마나」에서 따 온 말이다. 미국에 의한 평화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지배, 또는 주변국의 미국 복종이다. 「팍스 로마나」로 가는 길에는 뛰어난 장군들의 일화가 많이 남아 있다. 유명한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과 그를 자마전투에서 쳐부순 로마의 스키피오 장군이 주고 받은 당대 최고의 명장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자마전투 승리 후 스키피오가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장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한니발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에페이로스의 피로스 왕, 그 다음은 나』라고 말했다. 스키피오가 비웃는 투로 『장군이 만약 자마전투에서 이겼다면?』이라고 묻자 『그렇다면 내가 최고의 명장』이라고 대답했다.
「팍스 아메리카나」로 가는 이 시대의 진짜 명장은 누굴까? 미국에 도전하는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인가? 힘으로만 응전하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인가?
두 사람의 대결은 93년 1월 갓 취임한 클린턴이 이라크 공습명령을 내림으로써 시작됐다. 이라크의 도전에 미국은 토마호크미사일로 맞섰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식」무기사찰을 거부한 이라크에 연 나흘간 미사일을 퍼부었다. 새해들어 미군전투기들이 비행금지구역에서 이라크기지를 공격하고 있다. 라마단(회교 금식월)이 끝난 17일 이후엔 대규모 공습설마저 나돌고 있다. 그러나 후세인은 건재하다. 클린턴의 임기가 끝나도 그는 권좌에 남을 지 모른다.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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