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야도 청문회 나와라"
1999/01/18(월) 19:42
한나라당이 18일 오전 수원에서 장외투쟁의 서곡을 울리는 그 시각, 국회 501호실에서는 여당 단독의 경제청문회가 열리고 있었다. 불과 1년전 입만 열면 「IMF치욕을 잊지말자」고 떠들던 정치권이 벌써 그 고통을 잊어버린듯 장외투쟁과 단독청문회로 갈려 정쟁의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경제청문회장의 텅빈 야당 의석은 정쟁으로 날이 지고 날이 새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정치권 스스로 「6·25이래 최대 국난」이라고 규정해놓고서 그 전말을 따져 대책을 세워보자는 청문회를 기형적으로 만든 행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여야는 의정사상 첫 기록인 단독청문회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그 와중에서 『여당은 좀 양보하고 야당은 청문회에 들어와야지』라는 양비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이날의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청문회를 정상화하는 열쇠는 야당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당의원들이 이규성(李揆成)재경장관을 향해 던지는 추궁에는 사전각본이나 감싸기는 없었다. 중복되기는 했지만, 여당의원들은 무오류를 강변한 재경부의 뻔뻔함을 질타하기도 했고 임창렬(林昌烈)경기지사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구태의연한 웅변성 발언도 나왔지만, 전반적 기조는 진지했다.
따라서 야당이 참석만한다면 청문회의 내용은 한층 알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책청문회의 불가능」 「정치보복 악용가능성」은 이날에 한해서는 기우였다. 앞으로 있을 증인신문에서 정치성이 부각될 우려는 있지만, 이 역시 야당이 참여해서 막아야 할 대목이다.
여야총무들이 이날 청문회와 장외투쟁을 하루 연기하고 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한 것은 일단 평가할만하다. 그 합의가 여야가 함께하는 청문회로 이어진다면, 실업과 생활고에 허덕이는 민초들의 심사는 어느 정도 달래지지 않을까 싶다. /이영성기자 leey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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