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챔피언 전력 되찾은 '무서운' 현대
1999/01/18(월) 16:12
바람의 팀.
빠르다. 상대 선수의 발이 코트에서 채 떨어지기도 전에 그들은 이미 서너발짝을 뛰고 있다. 강하다. 앞을 가로막고 선 장애물을 가볍게 밀어뜨릴 만큼 세차게 몰아친다. 날카롭다. 상대가 한뼘이라도 허점을 보이면 여지없이 파고 든다.
지난 시즌 챔피언팀 현대 다이냇이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3라운드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일찌감치 스퍼트에 들어간 느낌마저 준다. 18일 현재 17승6패, 2위 LG 세이커스에 2경기차로 앞서있다.
「초반 고전, 중반 대약진」의 시나리오는 시즌 개막전에 이미 짜여져 있었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같았다. 아시안게임 때문이다. 팀의 주축 이상민과 추승균이 대표팀으로 빠져나가 있는 동안은 챔피언의 위용을 갖출 수가 없었다. 8승5패로 간신히 중위권에 머물렀다.
둘이 팀에 돌아오면서 곧바로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모두가 예견한 일이지만 이처럼 가파르게 치고 올라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상민의 팀 합류후 첫경기인 지난해 12월25일 SBS 스타즈전을 시작으로 내리 4연승. 기아 엔터프라이즈에 아깝게 가로막힌 뒤 다시 5연승. 10경기서 9승1패의 기록적인 승률을 마크하며 단숨에 5위서 1위로 올라섰다.
멤버를 따져보면 짜임새가 나무랄 데가 없다. 이상민은 코트 한가운데서 흔들림없이 경기를 이끌었다. 팀의 전매특허인 속공의 시작이요 마무리였다. 고비마다 경기흐름을 바꾸는 외곽포도 살아있었다.
지난 시즌 외국인MVP 조니 맥도웰은 늘푸른 소나무. 넘치는 힘을 아낌없이 코트에 쏟아붓고 있다. 상대는 뻔히 알면서도 힘에 밀려 나가떨어졌다. 「제이 웹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재키 존스도 팀색깔에 맞는 용병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추승균과 조성원도 틈만 나면 미들슛과 3점슛을 터뜨리며 탄탄한 톱니바퀴 역할을 하고 있다.
기록을 살펴봐도 상승세가 설명된다. 경기당 어시스트는 17.6개, 속공은 4.7개로 모두 1위다. 리바운드도 39.8개를 따내 40.7개의 나산 플라망스에 이어 2위. 필드골 성공률도 58.8%를 기록, 나래(59.0%), 대우( 56.7%)에 이어 3위.
전문가들은 「현대의 유일한 적은 체력」이라고 분석한다. 쉴 새없이 뛰기때문에 상대적으로 에너지소모가 많다. 코칭스태프는 이를 잘 알고 있다는 듯 『늦어도 4라운드초반까지는 선두를 확실히 한 뒤 여유있게 페이스를 조절하겠다』며 느긋한 표정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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