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들의 인생(송영주 주간한국부차장)
1999/01/18(월) 15:26
『오늘이 내 인생에서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으로 산다』. 경제청문회를 앞두고, 지난 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드러낸 극한적인 심정 토로는, 지금 YS가 처한 처지외에도, 청와대에서 나온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의 남은 삶을 생각하게 했다.
YS가 청와대에서 나온지 이미 1년. 그러나 그를 둘러싼 뉴스는 여전히 정치면을 맴돌고 있다. YS의 진짜 심중은 알 수 없으나, 최근 그를 둘러싼 기사만해도 민주계 재결집에 나설 것이라니,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다는 둥 온통 정치활동 관련 기사뿐이다.
전임 대통령의 정계복귀 전망기사엔 전두환 전 대통령도 빠뜨릴 수 없다. 청와대를 떠난 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그의 행동반경은 늘 정치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측근들과 산행만 나서도, 전 전 대통령이 비록 현실정치에 간여하지 않더라도 소극적이나마 곧 정치에 개입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게 아닐까. 노태우 전 대통령이나 최규하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은 또 어떤가. 우리는 정치적으로 죽은 그들의 삶을 은둔생활이라 표현한다. 대통령직에서 퇴임했더라도 정치권을 벗어난 전직 대통령은 결코 생각할 수 없는 풍토인 것이다. 물론 재임시 그들이 우리 역사에, 정치 경제 사회에 남긴 흔적이 너무 커 전직 대통령 본인들도,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도 「정치굴레」에서 벗어날 엄두를 감히 못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로 눈을 돌려, 백악관을 나온 후에도, 환경·교육·복지 같은 분야에서 활발한 사회적 공헌을 펼치고 있는 미국 전직 대통령들의 삶과 비교할때면 솔직히 서글픈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두달전 「The Virtues of Aging」란 책을 펴내는 등 노년학의 저술가이자 강사로, 또 니카라과나 북한등 분쟁지역을 찾는 「평화의 전도사」로 활발한 제2의 인생을 걷고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떠올릴 때면 우리 전직 대통령들도 무언가 정치 아닌 다른 분야에서 남은 삶을 개척할 순 없을까 아쉽다. 카터는 재임시 분명 인기없는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인들로부터 존경받는 「전직대통령」이다. 매일매일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앞서 여생이 아직 많이 남아있음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yjs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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