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 칼럼] 선천적 사정불능은 원인찾기 힘들어
1999/01/18(월) 18:05
연변처녀 K(24)씨는 2년 전 친지의 소개로 현재의 남편(31)을 만났다. 첫 인상이 좀 모자란 것같았지만, 경제적으로 안정된 한국에서 꿈을 키워보자는 생각에 시집을 왔다. 그런데 남편이 밤마다 자신을 피하는 것이었다. 첫날밤은 물론 지금까지 부부관계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K씨는 아기를 기다리던 시부모의 성화에 시달리다 최근 남편을 이끌고 병원을 찾아왔다.
남편을 검사해보니 성흥분반응이 매우 약했고 발기가 전혀 되지 않았다. 사정도 안되는 사정불능상태였다. 음경혈관 촬영결과 발기가 유지되지 못하고 피가 전부 밖으로 새어나가는 병이었다. 사정이 안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정낭과 전립선부위를 살펴봤더니 정낭이 조금 부어 있었다. 내시경 검사결과 정액이 나오는 관이 막히지는 않았다. 선천적인 발기 및 사정장애로 성생활을 못하고 아기를 갖지 못하는 심각한 상태였다.
과거엔 진단도 못하고 그냥 지나친 병들이 진단기술의 발달로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K씨 남편의 경우 선천적인 생식기계 기형이어서 원인을 알기 어렵다. 혹시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환경호르몬이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겠다. 동물실험에선 여러 가지 내분비 교란물질에 의해 비뇨생식기 기형이 보고되고 있으나, 사람의 경우 정확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발기불능은 수술로 치료하면 성생활이 가능하지만, 사정불능은 전기자극치료를 시도해봐야 호전 여부를 알 수 있다. 두 가지 치료가 모두 성공한다면 연변처녀도 아기를 가질 수 있을텐테…. 근심스레 매달리는 순진한 모습을 보면서 의사의 사명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최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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