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 '공정한 룰' 만들라
1999/01/18(월) 17:27
- 변호사안내제-전관예우 제한-국선변호인 활성화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수임비리 사건을 계기로 투명하고도 공정한 사건수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송사중인 사람들이 지금처럼 검찰·법원직원이나 사건브로커를 통해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사례비를 둘러싼 고질적인 수임비리가 근절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안내제도의 정착과 전관출신 변호사의 과다수임 제한, 국선변호인제도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소송에 관한 기초정보가 너무 적어 일반인들이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풍토를 문제점으로 들고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경우 지난 해 4월부터 무료 변호사 안내제도(02-3476-8080,0986)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적은 극히 저조하다.
시행 첫 달에는 363건의 변호사와 연결됐지만 같은 해 12월에는 44건으로 급감했고 실제 수임건수는 10%미만이었다. 변호사의 출신지, 학력등 간략한 인적정보만 제공될 뿐 소송실적이나 전문분야 등 의뢰인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정보가 없고 무조건 순번제로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전관출신 변호사들의 사건과다 수임을 제한할 장치도 시급하다. 변호사법개정안에 퇴직 후 직전 근무지에서 2년간 형사사건을 수임할 수 없게 하는 「전관예우 금지규정」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이 일고 있는 것도 과다수임의 폐해때문이다.
박인제(朴仁濟)변호사는 『변협 차원에서 변호사 윤리규칙에 이 조항을 삽입, 위반할 경우 징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 지방 변호사회별로 과다수임 변호사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매월 민·형사사건 10건 이상 수임하는 변호사들은 수임경위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지난 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경위서를 제출한 변호사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재야 법조계에서는 국선변호인 제도의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의 경우처럼 수사단계에서의 「기소전 국선변호인제도」를 신설, 구속피의자들이 돈이 없더라도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경찰관이나 검찰 직원들이 사건브로커 역할을 하며 피의자들에게 변호사를 소개하고 커미션을 챙기는 폐해가 상당부분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석연(金石淵)변호사는 『검찰출신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수사 중인 사건을 수임한 뒤 구두나 전화통화로 사건을 해결하고 수임료와 성공사례비를 챙기는 경우가 많다』며 『은밀히 이뤄지는 불법 사건수임에 대한 엄격한 조사와 강력한 징계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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