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 고급두뇌 유실 막자
1999/01/18(월) 19:26
우리는 미래를 비관할 수밖에 없는 요소도 많으나 낙관할 수 있는 요소도 많다. 우리민족 21세기 개척은 어떻게 비관할 수밖에 없는 요소를 빠른 시간내에 완화 제거하고 낙관할 수 있는 요소들을 빨리 극대화하느냐에 달렸다. 낙관할 수 있는 요소들은 이런 것들이다. 전국의 산이 푸르러졌고 낙엽이 쌓였다.
생명의 근원이 살아나고 있다는 뜻이다. 백성들이 깨어 국민들의 교육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높다(대학 적령기 인구의 대학입학율은 세계에서 2번째). 한말(韓末)과 해방당시와는 달리 국민들의 세계이해 정도가 현저히 높아졌다(무역의존도, 해외취업, 해외여행, 국제기구가입 등).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등 세계 4대 강국을 상대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지정학적 변화등은 모두 우리 미래를 발전적으로 만드는 근본적인 축적과 도전들이다.
비록 수단적인 것이기는 하나 가장 확실히 우리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특히 과학기술인력의 초과공급은 가장 확실한 한국미래의 낙관요소이다.
1945년 한반도 전체 학사이상 이공계통 인력이 모두 90명, 박사가 2명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현재 이공계통 총연구원 수가 약 14만명(박사 4만명, 석사·학사 각각 5만명)에 이르는 고급인력은 우리역사를 현대이전과 이후로 확실히 차별하고 미래를 여는 자산이다.
인구비례 연구원 수도 미국 일본에는 뒤지나 프랑스 영국보다 앞서고 연간 석사이상 학위배출인원은 독일보다도 많다.
논문발표(SCI)순위도 92년 30위에서 97년에 17위까지 향상되고 국내외 재학중인 고급두뇌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연간 GNP대비 3%수준의 기술개발비를 쓰는 나라는 중진국 중에는 없고 영국보다도 앞선다.
가히 단군이래 최초로 고급두뇌가 초과공급되는 역사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경제 후퇴로 대기업의 민간연구소마저 폐쇄되고 사립대학은 극도로 교수증원을 억제, 고급두뇌 초과공급상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역사적 고급두뇌 초과공급 조건을 미래 개척의 자원으로 써야 한다. 이 귀중한 자원이 연구실을 떠나 유실되거나 우리 경쟁자인 대만 중국 일본 등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고급두뇌인력 흡수 케인지안 정책, 즉 정부부문에서의 과감한 고급두뇌 증원 정책을 써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일반 실업자대책이 시급하겠지만 국가경영 민족운명의 개척이라는 점에서는 10조원 넘게 쓰는 실업대책에 고급두뇌 활용대책으로 1조원쯤은 써야 한다.
국공립대학과 공공연구소들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연구능력을 상실한 인력을 퇴출하고 젊은 인력을 3년내에 100%이상 채용해야 한다. 지금 국공립대학의 교수 평균 1인당 학생수는 31명이다. 이를 선진국 수준의 반인 10명으로만 낮추려해도 현재의 2배가량, 즉 2만명을 새로 늘려야 한다.
당분간 연구시설구입이나 연구비는 줄이더라도 신규 고급두뇌들이 방황하는 현상은 막아야 한다. 경제위기가 극복되기까지 민간기업이나 사립대학에게 기대할 수 없는 이 과도기의 고급두뇌 유실과 유출을 막는 가장 큰 길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대학과 공공연구소들이 고급두뇌를 과감히 젊은 연구원으로 교체하고 늘리는 것이다.
물론 이런 국공립대학에의 대폭적 고급두뇌 공급은 현재의 연장이어서는 안되고 과감한 특성화, 경쟁체제, 구조조정을 전제로 해야한다.
현재 약 3만명의 전임교수요원을 갖고 있으나 교수 1인당 학생수가 39명에 이르는 사립대학의 교수요원을 정상화시키려면 무려 9만명이 더 필요하니 이렇게 계산하면 고급두뇌의 초과공급현상이란 결코 구조적 수요부족이 아니다. 「유효」수요 부족이고 「유효 수요」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요컨대 정부 실업대책예산의 10분의1을 고급 두뇌활용을 위한 인력 케인지안정책 비용으로 쓰는 것이다. 틀림없이 100배의 효과로 경제위기극복의 효자노릇을 할 것이다. 단군이래 처음 맞는 이 고급두뇌의 초과공급현상을 유실 유출시키면 경제위기만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민족운명개척에 위기가 온다. /김진현· 金鎭炫·서울시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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