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면서] 김치예찬
1999/01/17(일) 20:20
작년 8월 서남재단의 초청학자로 한국에 오자마자 처음 맛본 것은 중국에서부터 그 명성을 들어왔던 「김치」였다. 첫날밤 신부가 신랑에게 앞으로 살면서 한국의 김치, 홍콩의 「딤섬」(點心), 프랑스의 「만찬」을 먹게 해달라는 대만 시(詩)의 한 구절처럼 김치는 이미 아시아인이 즐겨먹는 음식이 된 듯하다. 사실 중국에도 김치라는 것이 있다.
새콤매콤한 쓰촨(四川)성의 김치는 술안주나 반찬으로 손색이 없는 음식이다. 하지만, 중국인의 식생활에서 한국의 김치와 같은 위치를 차지하지는 못한다. 한국에서의 김치는 식생활에서의 중요성뿐 만 아니라 일종의 민족감정까지도 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의 김치를 보면 아름다운 아가씨가 연지분을 바른 듯한 느낌이지만, 일단 먹어보면 입안이 화끈거린다. 한국의 음식은 일반적으로 담백한 편이지만 육류요리가 적지않고 요리법은 볶거나 굽고 탕을 곁들인 것들이 많은데, 차가운 김치를 함께 먹음으로써 입맛을 깔끔하게 할 수 있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은 쓰촨성의 김치처럼 단순히 맵고 차가운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밥과 국, 그리고 김치면 한국인에게는 훌륭한 한 끼의 식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나는 한국의 한 가정에서 김치를 담그는 전 과정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재료가 상당히 풍부했다. 배추와 무를 주재료로 하고, 양념으로 신선한 어패류와 각종 젓갈 등이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신선한 수산물들이 한 그릇씩 주 재료 속에 들어가 뒤섞여서 발효되는 것을 분명히 보았는데 몇 주 후에 열어서 김치 맛을 보니 양념은 보이질 않고 배추만 보이는 것이었다.
신선한 해물이 배추 속으로 모두 흡수되어 더 이상 이전의 배추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치의 시원함이 바로 여기에서 연유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머무르는 몇 달 동안 나는 이미 김치에 깊이 빠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곳에서 식사 때마다 김치를 곁들여 식사를 하다가, 중국에 돌아간 후에는 식사 때마다 김치를 그리워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 천쓰허(陳思和)·중국인·서남재단 초청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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