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입무시험 첫적용] "고1담임 좀 맡아주세요"
1999/01/17(일) 18:10
「제발, 고1 담임좀 맡아주세요」
2002학년도 대입 무시험전형제가 확정됨에 따라 당장 올해 고교 신입생부터는 새 교육방식으로 수업을 받아야하게 되자 일선 고교마다 교사들이 새로운 교육방식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신입생 담임을 기피하고 있다. 또 대부분 고교가 여전히 새로운 교육프로그램과 그에 따른 평가방식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정하지 못한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서울 S고의 경우 최근 1학년담임 인선을 위한 회의를 수차례 열었으나 교사들이 모두 극구 기피, 담임선정을 못하고 있다. 학교측은 대략적인 후보자를 내정했으나 당사자의 반발을 우려, 공식확정은 개학이후로 미뤘다.
서울 K고도 지난해 12월부터 1학년 담임 인선작업에 들어갔으나 아직까지 확정짓지 못했다. 학교측은 본인의 희망도 특기 교육개혁의지 등을 인선기준으로 정해놓았으나 매년 50~60명에 달하던 1학년 담임지원자들이 올해는 10명이하로 줄었다. 학교 관계자는 『이러다가는 1학년 담임수도 못채워 이번 달 말부터 시작되는 교과목연수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이 주관,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부산지역 고교 1학년 담임연수과정의 경우 각 고교마다 희망자를 채우지못해 일부 교사들이 반강제로 참석하거나 심지어 교과실장이 대신 참석하는 학교도 있을 정도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 등 행정당국은 우수교사를 1학년 담임으로 임명하고 인사상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1학년 담임 우선임명제」 실시를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교사들이 이처럼 1학년 담임을 기피하는 것은 새로 바뀌는 대입제도에 따라 수업이나 학생평가가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
서울 D고 황모(27·여)교사는 『최소한 6개월 정도 학교마다 교육방식에 대한 연구·검토를 충분히 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대부분 고교에서 세부안을 마련하지 못해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32)는 『이동식 수업이나 외부강사 도입 등 현재 시설이나 재정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 교사들 스스로도 혼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행정당국이 학교의 현실적 여건을 무시한채 무리하게 개혁을 추진한데 따른 필연적인 부작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조수영(趙修映)사무국장은 『교육현장의 제반 여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당국이 제도만 너무 서둘러 바꾸려하는 바람에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소속 한 교사도 『단지 입시제도만 바꾼다고 해서 교육방식에까지 당장 전면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박천호기자 tot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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