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과 뒤] 검찰, 정치, 그리고 우문
1999/01/17(일) 21:03
풍경1. 자민련 이원범(李元範)의원의 공천헌금 수수의혹을 수사해오던 대전지검은 6일 『자민련 대전시지부 압수수색이 예상밖의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일으켜 더이상 수사를 진행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수사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분간」이 얼마나 될지는 알수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풍경2. 「국회 529호 사건」의 지휘를 대검 공안부에서 넘겨받은 강력부는 5일 『이번 사건은 본질적으로 폭력사건인 만큼 정치권의 공방과 관계없이 입법활동보호 차원에서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우리는 정치를 모른다. 그래서 정치사찰인지 아닌지는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풍경3. 서울지법 남부지원 조효상(趙孝相)판사는 8일 검찰이 한나라당 당직자 3명에 대해 청구한 영장을 기각하며 『사건의 경위나 동기로 볼때 개인의 이익을 노린 중대범죄로 볼 수없고 피의자들의 신분상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은 10일 『법원이 법률적 판단보다 정치적 고려를 앞세운 것같아 유감』이라며 6일 이미 특수절도 혐의로 출국정지시킨 한나라당 의원 11명에 대한 소환수사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풍경4. 윤관(尹 )대법원장은 12일 사법연수원 28기 수료식에서 『법조인은 영리를 추구하는 다른 직종과 달리 사회정의 실현과 인권보호라는 공익적 사명을 띠고있다』며『법률기술자나 법률상인으로 전락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풍경5. 김종필(金鍾泌)총리는 14일 국회 긴급현안질문 답변에서 『검찰이 의원들을 특수절도범으로 취급한 것은 내가 생각해도 화를 낼 만하다』며 『이종찬(李鍾贊)안기부장이 (「한나라당은 오도된 사고를 가진 지도자때문에 표류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용서해달라』고 머리를 숙였다.
최근 전개된 이런 풍경들을 보면서 『검찰이 휘두르는 법과 정치의 잣대는 말그대로 고무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치적」검찰이 좋은가, 「비정치적」검찰이 좋은가라는 우문(愚問)도 다시 하게 됐다. yslee@hankkookilbo.co.kr 이유식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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