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쉽게 듣는 현대음악'
1999/01/17(일) 18:08
같은 선율을 840번 연주하는 음악.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은 작곡가의 주문에 따라 「진지하고 부담스러운 자세로」그렇게 연주해야 한다. 서울의 소극장 부암아트홀(02-391-9631)에서 2월1일부터 엿새간 열리는 「쉽게 듣는 현대음악」시리즈는 이렇게 쉽지 않게 출발한다. 사티는 거들먹거리는 인사들을 골탕먹이려고 1895년 이 곡을 썼다. 이번에는 오후3시부터 다섯시간 동안 릴레이로 연주한다.
이 시리즈는 현대음악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획이다. 작곡가, 연주자, 음악학자의 해설과 함께 20세기 초반 현대음악의 거장인 드뷔시 쇤베르크 쇼스타코비치 코플란드 등의 작품과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애덤스, 볼콤, 카터의 작품이 연주된다.
첫날의 「벡사시옹」마라톤을 넘기면 다음 날부터는 단거리 달리기. 2일은 소프라노 이춘혜씨가 강연하고 노래하는 「20세기 현대성악곡의 흐름」, 3일은 바이올리니스트 김화림씨가 이끄는 「미국의 현대음악」, 4일은 「피아노3중주」로 드뷔시, 윤이상,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이 연주된다. 5일은 지난해 11월19일 사망한 미국의 대표적 작곡가 얼 킴 추모음악회. 얼 킴은 재미동포 2세로, 이 시리즈를 기획한 작곡가 김승근의 표현에 따르면 『독일에 윤이상이 있었다면 미국에는 얼 킴이 있었다』. 쇤베르크의 제자이지만 스승과 달리 매우 부드럽고 서정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마지막날인 6일 음악회는 「국악기와 함께 하는 현대음악」 순서로 황병기의 「숲」, 젊은 여성작곡가 나효신 김미림 이현주의 작품이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과 한국현대음악앙상블에 의해 연주된다. 이 가운데 김미림, 이현주의 실내악 작품은 초연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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