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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독일카드'를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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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독일카드'를 활용하자

입력
1999.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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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독일카드'를 활용하자

1999/01/17(일) 20:22

1월1일 유로화의 출범으로 유로랜드라는 유럽11개국의 초국가적 통화동맹체제가 형성되었다. 미국 견제를 위한 유럽의 20세기 마지막 모험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 독일과 경제연대를 강화하여 우리 땅에 미국과 유럽 상호견제를 통한 강대국 경제압력의 균형유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주한 독일상공회의소에 의하면 98년 독일의 대한(對韓)투자계약금액은 약20억달러로 타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고 한해전에 비해서도 5배가량 증가했다. 보수적이고 신중한 독일기업들의 성향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그들의 투자는 신규분야보다는 오랫동안 기술제휴나 거래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기업에 대한 직접투자가 대부분이다.

환율과 주가하락의 기회를 신속히 활용한 점도 있으나 독일의 투자증가는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신뢰감에서 오는 것이어서 우리에게는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으나 독일기업들에게 매력적인 면이 있다.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극동지역에 대한 독일진출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이지만, 공산주의 체제하에서의 투자안전성에 대한 법적보장 문제, 열악한 경제구조와 기간시설, 정부관리들의 부패 등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우면서 분단국이었던 독일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경제규모도 비교적 큰 편이며 중공업과 화학공업이 강한 독일과도 경제구조가 비슷하여 같은 투자에 비하여 효율이 높다는 이점도 있다.

우리에게는 경영의 투명성, 정부의 규제 및 복잡한 조세구조 등의 문제점이 있으나 독일은 적극적인 중국진출에 앞서 당분간 한국을 아시아진출의 교두보로 삼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도 독일을 통하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독일의 첨단기술과 경영기술도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및 독일의 풍부한 산업자금유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면에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강대국의 경제압력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세력으로서 독일의 가치다. 독일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안보 영토 등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없다.

장기적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독일의 성향과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미국의 성향은 본질적으로 틀려서 미·독간에 마찰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상존한다. 우리는 강대국의 경제압력에 대비하여 경제대국간의 견제를 통한 세력균형을 활용하여야 한다.

이런 견제를 통한 균형유지는 지난해 3월 뉴욕에서 열렸던 한국금융기관의 외채상환연장 협상에서 볼 수 있었다. 미국의 J.P.모건은 외채를 정부보증채권으로 전환하여 경매에 의한 판매를 주장하였으나 독일의 도이체방크를 위시한 유럽계 은행들의 적극적 반대로 이 안은 무산되었다. 이런 대립은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사용한 차이나카드와 흡사한 것으로서 강대국의 경제압력에 대비한 견제용으로 독일카드가 가지고 있는 효과를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경제유대에 있어서 상호 필요에 의한 관계설립보다 더 이상적인 것은 없다고 본다. 80년대 후반 경제위기속의 영국은 적극적인 일본자동차산업 유치를 통해 일본과 유대관계를 다졌으며, 일본은 영국을 통해 유럽의 무역장벽을 넘을 수 있었다. 우리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외국과의 경제유대관계가 필요하다. 통일후 거대해진 독일은 11개의 머리를 가진 공룡인 유로랜드의 중심국이며 유로랜드를 통해 향후 더욱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유로랜드 11개국중 가장 우호적인 독일에 초점을 맞추어 독일과 유대관계를 강화함으로써 21세기 경제압력을 극소화하는데 독일카드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박기준 朴基駿·국제경제조사연구소 선임연구원·경제정책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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