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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을 연다] 단일화폐.단일경제권 '지구촌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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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을 연다] 단일화폐.단일경제권 '지구촌 통합'

입력
1999.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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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을 연다] 단일화폐.단일경제권 '지구촌 통합'

1999/01/17(일) 17:32

21세기 세계 경제는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의 와중에 한 치 앞의 상황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미래의 일을 점치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정보통신의 획기적인 발전이나 경제 국경이 허물어지는 세계화 등의 추세를 볼 때 지구촌은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즉 지구촌 단일화폐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까운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가능성 1_유로의 실험이 성공한다

각국이 공용하는 단일화폐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한 실험은 이미 유럽에서 시작됐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1개국은 올해 1월 1일 주권의 상징인 자국의 통화를 포기하고 단일화폐인 유로화를 출범시켰다. 로마시대 이후 최초의 시도다. 유로화의 출범은 세계 경제에서 가장 위험한 실험이자 미래의 판도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전세계는 벌써부터 미국의 달러와 유럽의 유로, 일본의 엔화로 3등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라이폴라(Tripolar·3극)체제의 경제권은 서서히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화폐로 통합될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선 유로화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가 중요한 첫번째 변수가 될 것이다. 2002년 7월 1일부터 유로화가 유일한 법정화페가 됨으로써 EU 회원국 대부분은 하나의 통화만을 사용해야 한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데 동참하는 유럽국가들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유로화가 달러화보다 강력하거나 또는 대등하게 될 경우 유로 동맹 비참여국은 초조해질 것이다. 유로화에 의한 무역거래나 외환보유도 확대될 것이며 유로화의 강화나 확대는 달러를 자극하고 덩달아 엔화 역시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3대 통화간의 흡수 또는 합병이 가능할 것이며 나아가 지구촌을 한데 묶는 단일화폐 등장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세계 전체에서 하나의 통화만이 유통된다는 것은 「지구공화국」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다 .

가능성2_전자상거래가 발전한다

두번째 변수는 전자상거래의 눈부신 발전. 개인이나 기업이 자금거래에서 화폐를 통한 실물거래를 하지 않고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서만 거래를 한다면 이는 더이상 화페의 존립 이유가 불필요한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가 점점 발전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예상을 뛰어 넘고 있어 앞으로 10년내에 전자상거래가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일상적인 소비나 금융거래는 물론 무역이나 국가간의 자본이동에 있어서도 전자화폐가 일상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화폐는 더이상 실물로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능성3_경제국경이 허물어진다

세번째 변수는 경제국경의 벽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경제의 세계화가 가속화하면서 기업간의 인수·합병(M&A)이 점점 확대돼 전세계를 하나의 단위로 묶는 거대한 기업군들이 나타난다면 화폐의 종류는 단순화할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 산재한 하나의 초대형 기업이 국가의 역할을 한다면 화폐는 통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분야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이미 국경의 장벽을 초월하고 있으며 거대한 슈퍼뱅크가 탄생해 하나의 단일 화폐권을 움직인다면 화폐의 종류는 단일화 할 수밖에 없다. 즉 거대한 금융그룹이 지구촌을 연결하면서 다른 장소와 시간대에 있는 고객에게 증권이나 외환 채권 부동산 예금 등 모든 금융 서비스를 단일하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구촌 단일화폐 등장 가능성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로화 출범의 배경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은 기독교라는 공통된 문화와 역사,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 정치적 유사성 등이 11개국을 집합체로 연결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때문에 거대한 지구촌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하기에는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전세계의 상황이 동시간대에 전파되고 똑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이 심화하는 추세에서 세계단일화폐의 출현 가능성은 더이상 가설만이 아니다.

국가는 국민 주권 영토의 3대 요소로 이루어지며 화폐는 주권의 상징이라는 개념은 21세기에는 낡은 개념이 될 수 있다. 다가오는 21세기는 전세계인이라는 인류 동일체의 개념 속에 영토의 벽은 사라질 것이며, 주권 역시 국제기구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호하고 신장하는 개념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장훈기자 leejhoo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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