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반쪽청문회' 부담속 정국 새변수
1999/01/16(토) 17:48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채 반년 이상을 끌어온 경제청문회가 마침내 구체적 일정에 들어가게 됐다. 한나라당의 참여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여권이 단독 청문회를 확정짓고 나선 것은 더 이상 늦출 경우 사실상 청문회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설날과 새정부 출범 1주년 이후에는 「과거 청산」이라는 청문회 취지가 반감할 뿐 아니라 경제여건에 대한 불만 여론도 1년전 환란 당시와는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여권은 그러나 반쪽 청문회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당초 국정조사계획서상의 기관보고 일자를 15일로 잡았다가 3일간 일정을 연기한 이유 역시 명분 확보의 필요성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청문회 개최는 정국변화의 계기가 될 게 확실하다. 우리 정치현실상 청문회가 과거 규명보다 정치이벤트 성격이 짙다는 점, 시기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린다는 점, 조사과정에서 구여권 인사들이 거론될 공산이 크다는 점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청문회 과정에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민주계 인사들이 상처를 입는다면 부산경남 지역의 민심과 한나라당 역학 구도, 나아가 내년 총선에도 일정한 변수가 될 공산이 클 것으로 정가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국민회의가 최근 비리 규명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도 이같은 개연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때문에 청문회가 당초 취지를 벗어나 폭로전으로 변질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팽배해지고 있다. 대결정치 구도가 더욱 굳어질 것이라는 예상인 것이다.
정반대로 청문회가 증인들에 대한 면죄부 부여 수준에서 끝날 지 모른다는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청문회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에 특위위원들의 집중도가 상당히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특위측도 이같은 우려를 의식, 개별사건보다 환란을 초래한 정책결정 과정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한편, 증인 배합과 출석일시 등을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증인들의 발언 기회를 제한, 사실호도와 변명 여지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강경식(姜慶植)전 부총리 등 핵심증인들은 다른 「우호적」증인들 뒤에 맨 마지막에 출석토록 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김병찬기자 bc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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