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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자활꿈 릴레이] "붕어빵이 붕어빵 낳고..."

입력
1999.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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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자활꿈 릴레이] "붕어빵이 붕어빵 낳고..."

1999/01/16(토) 18:24

『이 붕어빵에 우리 장애인 식구들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정덕성(鄭德城·34)씨는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 다리가 불편한 3급 지체장애인.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하는 공공근로일을 마치고 오후 늦게 지쳐 서울 용산구 천주교 삼각지성당 노숙자숙소 「성심원」에 돌아오면 곧바로 낡은 리어카에 밀가루반죽과 팥을 챙겨 밤길로 나선다. 편치않은 몸으로 새벽까지 붕어빵을 팔다보면 몸은 녹초가 되지만 적으나마 직접 번 돈을 세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다.

8시간의 공공근로일만해도 힘겨운 정씨가 악착같이 붕어빵장사에 매달리는 것은 자신과 같은 실직장애인들의 앞날이 이 장사의 성패에 달려있다는 생각때문. 정씨의 장사일은 지난해 말 서울시립대생 5명이 『장학금의 5%를 모았다』며 「장애우 실직자모임터」에 40만원을 맡긴 것이 계기가 됐다. 모임터측은 이 돈에 이웃들이 건넨 20여만원을 보태 실직장애인 자활사업의 종자돈으로 삼아 정씨에게 그 첫사업의 「중책」을 맡겼다.

정씨는 리어카와 붕어빵틀, 가스, 차양 등을 구입해 서초구 방배시장 입구에서 「자활 붕어빵 1호노점」을 시작했다. 모든 게 서툴렀지만 목이 좋은 덕택에 「사업」은 순조로웠다. 『하루 매상이 7,8만원씩 오른 적도 있어 재료비를 빼고 3,4만원의 순수익을 올리기도 했어요』 그러나 야속한 구청직원들의 집요한 단속에 쫓겨 2차례나 리어카를 압수당한 뒤 지금은 숙소주변 삼각지 거리로 자리를 옮겼다.

원래 다른 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을 했으나 매상이 절반으로 줄어든 뒤 동료가 『손이 불편하다』며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정씨는 혼자 장사를 하면서 번 돈을 한푼 낭비없이 꼬박꼬박 적립하고 있다. 얼마만큼 모아지면 「후배」장애인에게 장사밑천으로 넘겨줘 2호, 3호점 식으로 「붕어빵 분점」을 만들어줄 계획이다. 『공공근로일때문에 장사를 못하는 낮시간이 아까워 청각장애 2급인 친구에게 맡겼더니 며칠안가 포기하더군요』

정씨는 당분간이라도 낮장사를 대신해 줄 사람이 간절하지만 빵틀이 구형이라 재료소모도 많고 다루기가 힘들어 걱정이 많다. 『붕어빵 장사를 생각하는 분들은 처음 돈이 좀더 들더라도 신형으로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20일 경력의 정씨가 소개하는 붕어빵장사 노하우다.

최윤필기자 termir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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