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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백장암 르포] 무언.무동 입선의 가부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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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백장암 르포] 무언.무동 입선의 가부좌

입력
1999.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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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백장암 르포] 무언.무동 입선의 가부좌

1999/01/16(토) 18:32

(「잡아함경」중에서).

새벽 3시, 수행승의 도량석(道場釋)이 전북 남원 지리산의 백장암(百丈庵)에 「때 이른」 아침을 불러온다. 도량석이란 법당을 돌며 큰 목탁을 쳐 아침을 알리는 불교의식. 어느덧 수행처인 큰 방에는 스님 8명이 법당을 향해 가부좌했다. 미닫이문은 활짝 열려 있다. 삼배(三拜). 이어 탁,탁,탁. 죽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입선(入禪·선수행에 들어가는 것). 소리도, 움직임도 없다. 무언(無言), 무동(無動)이 선(禪)수행의 기본이다.

『수행이란 행(行)을 닦는 것이지요. 행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몸에 의한 행, 말에 의한 행, 생각에 의한 행, 이 모든 행을 닦는 것, 곧 자기가 행의 중심이 되는 게 수행입니다』 동안거 중에는 외부접촉을 끊는다. 암주 영관(穎寬)스님의 배려로 백장암에서 13, 14일 이틀동안 머물 때 만난 정화(正和·법랍 24년)스님은 깨달음의 상태를 묻는 질문에 『개구즉착(開口卽着·입을 열어 말하는 순간 어긋난다)』이라고 대답한다. 깨달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자와 법명이 씌어진 표가 벽에 붙어 있다. 용상방(龍象榜), 동안거에 든 스님들의 임무표다.

동안거(冬安居)는 음력 10월15일부터 1월15일까지 선방에서 외부접촉을 끊고 선수행하는 것. 여름 3개월동안 하는 것을 하안거(夏安居)라고 한다. 지난 해 12월3일 조계종의 스님 1만1,000여명 가운데 1,500여명이 동안거에 들어갔다. 전국 선방은 100여개. 비구(남자스님)선방이 50여개, 비구니(여자스님)선방이 50여 개이다. 규모가 큰 선방으로는 경북 문경 봉암사(80명), 경남 합천 해인사(40~50명), 전북 완주 위봉사(60~70명·비구니사찰)선방등이 꼽힌다.

안거를 원하는 스님들은 머물던 곳에 상관없이 100여 개 가운데 한 선방을 골라 안거에 들어가 하루 8, 10, 12, 14시간 선수행을 한다. 선방마다 차이는 있지만 8시간인 경우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을 올리고 오전 5시까지, 오전 8~10시, 오후 2~4시, 7~9시가 수행시간이 된다. 나머지 시간에는 운동을 하거나 휴식한다.

실상사 백장암은 828년(흥덕왕 3년) 통일신라말 선종(禪宗)을 대표하던 구산선문(九山禪門) 중 처음 문을 연 사찰. 법당을 나서면 천왕봉, 제석봉, 토끼봉…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웅장한 지리산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백장암에서는 금오(金烏·1895~1968년), 전강(田岡·1898~1975)선사등 큰스님들이 수행했고, 청화(淸華·전 곡성 태안사 조실)스님은 60, 70년대 20여년동안 머물렀다. 지금은 선방에서 조금 떨어진 토굴(土窟)에서 지산(智山)스님이 토굴을 나서지 않는 무문관(無門關)수행을 하고 있다. 밥은 교도소의 독방처럼 나무통 안에 넣어두면 꺼내 먹고 빈 그릇을 내놓고 있다.

『부처를 만나거든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거든 조사를 죽여라』

용맹정진하는 수행승들이 미망(迷妄), 분별심과 벌이는 싸움은 치열하다. 스님들끼리 싸우는 조계종 분규현장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백장암=서사봉기자 sesi@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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