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양심의 소리
1999/01/15(금) 16:02
국회 529호실 사건에 대한 홍사덕의원의 대여(對與)공개서한이 잔잔한 파문을 던지고 있다. 「여권의원에 드리는 공개서한」이란 글을 통해 홍의원은 『국회 529호실 사건의 본질은 명백한 정치사찰』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정치사찰의 과실을 인정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 고리』라는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시국이 어려울 때일수록 양심의 소리는 요긴하다. 여야의 치열한 공방중에 나온 그의 처방은 퍽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선 그가 이번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무소속이란 점등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나 그의 발언직후 김종필총리가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 대한 답변형식을 빌어 529호실 사태에 유감을 표시했다. 박상천법무장관도 11명의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출국금지조치 해제 검토의사를 밝혔다. 정치의 본령이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서 공동의 이익을 모색하는 일이라면 홍의원은 그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정권차원의 무리수는 보통 권력이 오만해질 때 나타난다. 모두가 「조직을 위해」 일사불란을 강요당할 때 진실을 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그런측면에서 볼때 국민회의 김근태부총재의 용기도 높이 살 만하다. 『안기부활동이 정보수집 차원이라 할지라도 이것들이 모이면 정치사찰이 될 수 있다』는 그의 고언은 「합일(合一)」을 강조하는 집권당 생리상 좀체 하기 어려운 고독한 결단이다.
■홍의원이나 김부총재 모두 정보정치와의 악연은 유별나다. 홍의원이 92년총선때 안기부원의 흑색선전물 유포덕(?)에 선거를 쉽게 치를 수 있었다면, 김부총재 역시 재야시절 고문에도 굴하지 않은 소신파로 유명하다. 역사는 항상 깨어있는 사람들에 의해 전진한다. 이들 양심의 소리는 새벽 풀잎 이슬처럼 영롱하다.
/노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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