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핸드볼] 이상은 통산최다골 7년간 515골
1999/01/15(금) 18:25
「속사포」 이상은(24·제일생명)이 15일 국내 여자 핸드볼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상은은 이날 제일화재와 펼친 98~99아디다스코리아컵 핸드볼 큰잔치 최종결승 2차전서 9골의 축포를 터트려 팀에 창단 첫우승을 선사하며 통산 515골로 95~96 큰잔치를 끝으로 은퇴한 이호연(전 대구시청)의 여자부 개인통산 최다골(512골)을 갈아치웠다. 92~93 큰잔치에 뛰어든뒤 꼭 7년만의 기록.
우승이 확정된 순간 한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팀의 첫우승과 여자 개인통산 최다골경신이란 영광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단 항상 그의 가슴을 저미는 한사람의 얼굴이 가슴속 저 밑바닥에서 치솟아올랐기 때문. 다름아닌 「아버지」…. 이름만 들어도 항상 가슴이 메어지는 그 이름.
3년전 꼭 이맘때. 진주햄소속으로 95~96 핸드볼큰잔치 코트에서 땀을 흘리던 그에게 비보가 날아왔다. 전혀 내색을 안했지만 자신을 그토록 자랑스러워 했던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 어려운 형편에 핸드볼에 미친 자신을 도와주지 못해 못내 미안해 하며 거친 손으로 말없이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던 당신. 볼을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팀은 우승직전에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인천 효열초등 4학년때 우연히 핸드볼공을 잡은 그는 실업 데뷔무대인 92년 큰잔치대회서 신인으로선 사상 처음 100득점을 돌파, 신인왕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세계최고수준의 기라성같은 선배들이 즐비했지만 전천후공격과 탱크같은 돌파력을 갖춘 그를 능가할 선수가 없다는 평을 받을 정도. 93년 7월 태극마크를 단뒤 다음해 막내로 3년선배인 이호연과 호흡을 맞춰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석권하며 한국 핸드볼의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94·98아시안게임 2연패, 95세계선수권우승, 96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등 그의 강한 어깨를 거쳐 한국여자 핸드볼은 세계무대를 휩쓸었다.
이제 정상에 오른 그에겐 꿈이 둘 있다. 하나는 올림픽 금메달을 아버지 영전에 바치는 것. 96년 애틀랜타올림픽직전에 개인적인 시련을 당한 그에겐 역부족이었다. 그로인해 자신때문에 올림픽 3연패를 놓쳤다는 남모르는 죄의식이 항상 그를 괴롭혔다. 이젠 마음껏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무대를 휩쓸어 그때 놓쳤던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다른 하나는 3년여동안 가슴속에 고이 보관해왔던 「큰잔치 통산 개인최다골」 타이틀을 되찾아오는 것. 7일 백상서(두산경월·현재 536골)는 이호연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여자핸드볼의 자존심을 뭉게버렸다. 이상은은 『(이)호연이 언니가 남겼던 발자취를 꼭 이어갈래요』라며 각오를 불살랐다. 박희정기자 hjpar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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