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DJ 비채널 있다?
1999/01/15(금) 18:44
김세옥(金世鈺)전경찰청장이 전격 경질되기 10여일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듣고 놀랐다. 자신이 아는 한 공식 채널을 통해 김대통령에게 김전청장에 대한 부정적 보고가 올라간 일은 없었는데도 김대통령이 김전청장의 인사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었다.
얼마뒤 이번에는 여권내 핵심인사들에게 집단적으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쳤다. 김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특정고교 인맥중심의 인사편중 여부에 대한 점검을 장관들에게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러자 여권내에서는 김대통령이 어떤 경로로 관련 정보와 단초(端初)를 얻었는 지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됐다. 이에대해 청와대와 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두 조치는 공식보고 채널과 비공식 의견수렴 창구에 모두 귀를 열어 놓고 있는 김대통령의 독특한 정보·여론수집 방식의 산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먼저 경찰인사 잡음과 관련해 경찰청장 경질을 가져오게 만든 보고 채널로는 이종찬(李鍾贊)안기부장과 김정길(金正吉)행정자치부장관이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이부장은 공식적으로 김대통령에 대한 정보 직보 라인에 있고, 김장관은 공식보고 체널은 아니지만 독대 기회가 있는 각료이다. 두 사람 모두 비서실을 거치지 않고 김대통령에게 김전청장의 신상 문제를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김대통령은 매주 한차례 이부장으로부터 각종 국내·해외정보를 보고 받는다. 또 정무수석을 통해 경찰정보, 법무비서관을 통해 검찰정보 보고를 받고 있고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군의 정보보고도 올라 온다. 여기에다 청와대 자체적으로 민정비서관실에서 수집하는 정보도 접한다.
이에 비해 특정고교 인맥의 편중인사 점검 지시는 김대통령 개인 차원의 비공식 여론수렴 결과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김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각계 인사들을 수시로 개별 면담, 여론을 읽고 정보기관들이 놓친 생생한 「소식」들도 듣는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로 관저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형식이었지만 최근에는 공식일정이 없는 틈을 이용, 한 달에 3~4회 정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각계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고 한다.
국민회의의 동교동계 의원들도 김대통령에게 수시로 서면 친견(親見)보고서를 올리고 있고 간혹 청와대에 들어가 김대통령을 직접 만나기도 한다. 김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의원도 광범위한 인맥을 통해 들은 얘기들을 청와대에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여러 비공식 채널중 이번 「인사편중」관련 지시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김수환(金壽煥)추기경도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 여권 고위인사는 『지난해 12월24일부터 이틀간 대구를 방문했던 김추기경이 이때 알게 된 현지의 민심을 최근 김대통령에게 생생히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공식·비공식 정보 및 여론 수집은 개방적이고, 전정권에서와 같은 독단적인 비(秘)채널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공식 경로를 통하지 않은 개인 차원의 정보 전달일 경우 객관성이 결여되고 사심(私心)이 낄 수도 있어 김대통령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
/신효섭기자 hsshi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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