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 망부에게 바치는 눈물의 승전보
1999/01/15(금) 16:03
『아버님…』
14일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기세이(棋聖)전 도전 7번기 제1국을 불계승으로 이끈 조치훈(趙治勳) 9단은 바둑돌을 놓자마자 비보에 눈물을 쏟았다. 31시간동안 감춰져 있던 아버지의 별세소식을 접하는 순간이었다.
전날인 13일 오전9시 파리의 일본문화원 6층 다실(茶室)에서 첫날 대국이 시작될 무렵 이미 그의 부친 조남석(趙南錫)씨는 서울 자택에서 위중한 상태에 빠졌고 대국 시작 1시간이 지나 운명했다.
이 사실은 바로 대회 주최측인 요미우리(讀賣) 신문사에 전달됐다. 대국이 끝날 때까지 조9단에게 알리지 말라는 유언과 함께. 「비밀」은 완벽하게 지켜졌다.
이틀간의 상중(喪中)대국을 마친 조9단은 평생의 라이벌인 도전자 고바야시(小林光一)가 가망없는 형세에 돌을 던지는 순간, 희열을 느낄 틈도 없이 주최측으로부터 비보를 전해듣고 오열했다. 끝내 임종하지 못한 자괴감이 격한 파도처럼 가슴 속에 치미는 듯 그는 보도진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날 저녁 파리발 대한항공편으로 귀국길에 오른 조9단의 눈시울은 여전히 붉었다. 그러나 들먹이는 어깨 위에는 『바둑으로 일본을 제패하라』는 아버지의 유지가 또렷하게 박혀 있었다. /파리=송태권특파원 songt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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