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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개혁

입력
1999.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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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개혁

1999/01/15(금) 16:48

1999년이 열리면서 한국인을 비판하는 외국인의 저서 2개가 함께 나왔다. 하나는 한국에서 26년간 체류해 온 한 일본인 사업가(이케하라 마모루)의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한국인 비판」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과 평양특파원으로 15년간 활동한 전 영국 「더 타임스」기자(마이클 브린)의 「한국인을 말한다」라는 책이다. 둘 다 저자가 외국인이고 장기 체재의 체험에서 나온 것이고 한국인에 대한 평가가 사뭇 비판적이고 또 새 밀레니엄을 마지막 한 해 남긴 새 해의 벽두에 말을 맞춘듯이 나란히 내놓은 것이어서 흥미롭다. 특히 한국인에 대해서는 좀체 입을 뗄 것 같지 않은 일본인이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한 비장함이 대견하고, 국민감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 같은 영국 특파원의 기자적 안목에 일단 신뢰가 간다. 미운 정이 들만큼 오래 체재한 나라에 대한 격의 없는 충고여서 미울 것도 없다.

일본인의 저서에 의하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무법천지고 국민은 염치가 없다. 한국은 총체적 무질서와 무책임의 나라다. 욕 잘 하는 나라요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는 일이 펑펑 터지는 나라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 사람들이 100달러 시절의 사고방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등등.

영국인의 저서는 전체적으로 한국에 대한 소개서이지만 그 속에 솔직한 진단이 들어있다. 그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고성능 거짓말 탐지기가 필요하다. 한국인은 폭력적이요, 공공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감정적이고 모순투성이다. 한 영국 스튜어디스는 『한국 노선이 전세계에서 최악』이라고 불평한다. 등등.

우리 국민은 이 책들을 굳이 읽어볼 것도 없다. 한국 국민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읽어야 할 까닭은 다 아는 이야기라 의식않고 잊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삼스러울 것 없다고 우리 자신의 입으로 떠드는 사람이 없으니까 하도 답답해서 외국인이 나선다. 부끄러운 우리 치부를 외국인에게 들킨 것이 또 부끄럽고, 이것이 동네방네 소문날 것이 창피하지만 더 창피한 것은 남의 입으로 자신을 나무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저서에서 우리가 경청해야 할 것은 익히 아는 국민성 자체보다도 이에 대한 반성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충고다.

이 일본인은 지금 한국이 경제위기를 맞고 있지만 국민 각자가 잘못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한탄한다. 『세계는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한국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다. 한국인들이 철저하게 자신을 반성하고 행동거지를 고치지 않는 한 설령 한국이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된다 하더라도 그 평가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100년이다. 더욱 나쁜 것은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격차를 단순히 경제력의 차이로만 계산해서는 안된다. 기초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경제보다 더 중요하다. 한국이 정말 세계를 주도해 나갈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도덕과 질서가 바로 잡히지 않으면 안된다.』

영국인도 『한국은 21세기에 세계의 중심국가가 되자면 다른 나라의 훈계를 들어야 하는 나라다』라고 훈계한다.

한 나라의 국민성은 역사가 만드는 것이고 시대상황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시련의 역사, 고난의 시대가 지나간 천년의 것이었고 지나가고 있는 세기의 것이었다. 오늘의 국민성은 그 소산이다. 새로운 세기, 새로운 천년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해가 뜨듯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국민성을 먼저 개조함으로써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그 개조없이는 절대로 새로운 밀레니엄의 한국을 열어갈 수가 없다.

지금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어떤 분야보다도 먼저 개혁해야 할 것이 국민개혁이다. 국민개혁 없이는 어떤 제도적 개혁도 무의미하고 결코 성취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목이 쉬도록 고창되어 온 개혁이 실패한 것은 국민개혁의 의지 부족때문이었다.

우리가 자각해야 할 것은 이대로 21세기를 맞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전 국민의 확고한 신념과 결의가 필요하다. 그것이 국민개혁의 시발점이다. 국민은 너부터가 아니라 나부터 시작된다. 국민은 추상적인 집합명사가 아니라 내 이름을 단 고유명사라고 생각해야 한다. 각자 자기 집앞을 쓸어라, 온 거리가 깨끗해질 것이다.

국민성이라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하루 아침에 심기일전 할 수도 있다. 국민개혁은 남은 한해가 기회다. 세기의 세밑에 나온 외국인들의 충고는 적시의 경고다. 새로운 세기는 우리 국민을 위해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은 우리 민족을 위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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