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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북 포용정책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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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북 포용정책의 허와 실

입력
1999.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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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북 포용정책의 허와 실

1999/01/14(목) 18:56

지난해의 화두가 경제위기 극복이었다면, 올 한해의 중심 화두는 경제에서는 위기극복, 정치에서는 내각제 개헌, 남북관계에서는 북한의 금창리 지하시설이 될 것이다. 특히 남북관계 문제는 정부내에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근거없는 낙관론이 지배하면서 정부의 대응방식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정부의 지나친 위기감도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근거없는 낙관론으로 인한 판단의 오류는 돌이킬 수없는 실책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폐쇄사회 속에서 항상 「이중적 현실」을 보여왔고, 이 때문에 해독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대였다. 북한의 「이중적 현실」이란 식량·경제위기 속에서도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추진하고, 금강산을 개방하는 한편으로 미사일발사시험과 금창리 지하핵시설의혹을 노정하는 모순된 논리의 공존이다. 도대체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내용이 무엇인지, 「광명성 1호」는 다단계 로켓인지 인공위성인지, 금창리에는 무엇을 건설중인지 우리는 아직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설사 금창리 지하시설이 핵무기개발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완공까지 4~5년이 걸릴 것이므로 포용정책을 포기하고 북한에 제재를 가하거나 긴장국면을 조성할 단계는 아직 아니라는 정부의 태도는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안이한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미국의 대북전문가들은 올 봄 한반도 상황이 북핵위기가 고조됐던 94년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일본 역시 광명성1호의 시험발사로 자국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이 분명하다. 결국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만 북한에 햇볕을 내리쬐는 포용정책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될 수도 있다.

이미 북한은 김대중정부의 햇볕론에 대하여 「반통일대결론」이라고 비난한 바가 있다. 정부의 포용정책이 당사자인 북한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이로인해 한미공조가 흔들린다면, 그것은 소위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지향하는 북한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하는 한국정부의 전략적 선택은 무엇인가. 첫째, 정부의 진정한 정경분리 원칙의 확립이다. 이제까지의 정경분리원칙이 기업의 대북경제교류에 대해 북에 정치적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남북의 경제교류가 정치적 긴장완화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지 않는 정경분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사업이 긴장완화를 위한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소망적 관측(wishful observation)에 기초한 정경연계 전략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통해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간첩선을 내려보내고 「사회주의 강성대국」도 추진하는 복선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도 경제교류와 정치·군사적 현안해결을 위한 대화창구는 별개로 가동한다는 복선전략(two track strategy)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근원적 접근으로서 정부는 북한이 핵개발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 상황을 추진해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주도적으로 조성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94년 제네바 북미합의에 따른 대미관계개선이 지지부진하자 다시 한번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조성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북한을 흡수통일할 의도도 없다는 의지를 재천명하고 후속 조치들을 취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해방이래 한반도 문제에서 주연배우는 미국이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금창리 지하시설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협상테이블에 앉아있고, 우리는 미국을 통해서만 협상에 관여할 수 있다. 우리의 안보주권을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이 94년에 이어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한과 미국의 삼자회담 성사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한미공조체제의 전략적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의 전략적 선택은 포용정책으로도 포용되지 않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금창리 지하시설은 4~5년 후문제가 아니라 금년 봄의 문제라는 시간적 급박성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김인영 金仁寧·한림대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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