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경제청문회
1999/01/14(목) 16:54
어려울 때일수록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된다. 과거에 무엇을 잘못해서 현재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를 알고 싶어서다. 하지만 「등잔밑이 어둡다」고 했듯이 현재와 가까울수록, 우리 자신의 모습일수록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당연하다거나,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주 이상하게 비쳐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여러 면에서 우리와 가까운 일본인들이 쓴 한국에 관한 책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에서 26년간 살아온 오사카 라센 관공업 고문인 이케하라 마모루씨가 발간한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을 읽어보면 『한국에서 자기 돈으로 사업하는 사람은 바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모모세 다다시씨가 IMF체제 전과 후에 내놓은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따라잡는 18가지 이유」와 「한국이 그래도 따라잡을 수 있는 18가지 이유」도 한국사회를 통렬하게 꼬집고 있다. 서울올림픽 직전인 87년에 발간된 지지(時事)통신사 서울특파원 출신 무로다니 가쓰미씨가 쓴 「한국인의 경제학」은 외화내빈의 한국경제를 다뤄 화제가 됐었다.
■우리가 스스로를 비판한 책들도 적지 않다. 특히 IMF체제 이후 상당수 발간되었지만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글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해방직후 우리 민족의 숙제였던 친일파를 처단하기 위한 반민특위조차 실패했듯, 자기비판에는 약하고 합리화에는 강하기 때문인가.
■여야가 대치중이어서 아직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경제청문회가 열린다고 한다. 청문회는 반드시 누구를 형사처벌해 한풀이 하자고 여는 것은 아니다. 차이는 있지만 국민 모두의 잘못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왜 우리가 IMF구제금융을 받게 됐는지를 냉철히 따져 다시는 그같은 불행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청문회의 목적이다. 청문회 결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IMF행(行)의 원인과 교훈」같은 훌륭한 보고서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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