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감독] '간첩 리철진' 장진 감독
1999/01/14(목) 18:18
- 고정관념 뒤집은 '과학적 코미디'
장진(28)감독은 『이리 와서 한번 봐』란 말에 빠져있다. 고정관념에 대해 깨우쳐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무심히 지나치는 공간이나 인물을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하는 작업이고 감독은 얘기꾼』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가 택한 얘기방식은 과잉과 과장을 섞은 풍자이다.
지난해 황당하고 어설펐던 데뷔작 「기막힌 사내」 한편으로 그는 주목을 받았다. 영화에는 95년부터 희곡 「허탕」「택시 드리벌」「매직타임」을 쓰고 연출까지 한 장진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번뜩였다.
관객은 2만 밖에 안들었지만 영화학도들에게는 연구과제가 되었다. 손그림자로 싸움장면을 묘사하고 살인자들의 대화를 전신주와 소리만으로 표현하고 밑바닥계층의 은어와 사투리에 표준말자막을 단 기발한 아이디어는 전문가들의 호평을 샀다.
오히려 장진의 평이 혹독하다. 『표현의 잘못이 아니라 리듬과 짜임새에서 실패』라고 했다. 연극과 영화는 호흡과 계산, 현장상황에서 다른 것을 감안하지 못했다. 「간첩 리철진」은 이제 그것을 알고 하는 게임이다. 반공드라마가 아니다. 웃기는 간첩 이야기도 아니다.
『꺼벙한 사회』가 만들어낸 간첩의 눈으로 분단된 세상을 보자는 것이다. 『무작위적으로 분단을 떠안은 우리세대의 소리다. 간첩이 생겨난 동기와 상황부터 그 존재이유와 허무를 구연동화처럼 풀어가겠다』
그에게 간첩은 초등학교때 포스터에 그린 지옥갈 사람이 아니다. 「이리와서 다시 한번 보면」 시대가 만든 직업일 뿐이다.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상이다.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하고 웃음에 실어 보내길 즐기는 천성이 준 재능이다.
『관습적이고 획일적인 코미디는 싫다. 발명하고 발견하는, 같은 대사와 상황이라도 과학적으로 조합해 하나의 문법으로 남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장진 감독. 꼭 영화여야 된다는 강박관념도 없다.
무대든 필름이든 상관없다. 『그 공간과 분위기와 음악에 어울리는 소리를 내겠다. 나의 소리를 심겠다. 갈 길이 멀다』. 그의 나이 이제 겨우 스물여덟이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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