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 간 이회창] 전략적 제휴하나
1999/01/14(목) 17:08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4일 오전 상도동 자택으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을 방문, 정국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총재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9일에 이어 두번째다. 하지만 첫 대면때와는 달리 두 사람이 요즘 「반(反)DJ」노선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 만남에 쏠리는 시선은 각별했다. 실제 김전대통령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러 사람이 나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가시돋힌 조크와 함께 『나는 「오늘이 마지막날」이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지낸다』『진실을 영원히 호도할 수는 없다』며 여권을 향한 강한 전의(戰意)를 드러냈다.
그는 또 『야당은 옛날부터 어려웠고 더 힘들 때도 많았다』며 『이럴 때일수록 야당이 확고하게 대처해 국민기대에 부응해달라』고 한나라당을 두둔했다. 이어 두사람은 50분동안 배석자없이 단독요담을 가졌고, 대화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해 『향후 협력방안 등에 관한 깊숙한 교감이 오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김전대통령은 요담을 마친후 결과에 만족한다는 듯 밝은 표정으로 이총재를 대문앞까지 배웅했다.
당내 부산 민주계및 PK민심에 대한 김전대통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총재와, 경제청문회 증언 문제로 「방패막이」가 필요한 김전대통령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을 암시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두사람의 제휴가 명시적으로 구체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양측 모두 인정하고 있다. 먼저 이런 저런 이유로 김전대통령이 안고 있는 비판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이총재로선 김전대통령에게 바짝 다가서기가 부담스럽다. 『개인을 목표로 한 청문회를, 그것도 단독으로 강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증언거부 입장을 재확인한 김전대통령의 강변에 이총재가 딱부러진 호응을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김전대통령도 여전히 불투명한 정국상황속에 이총재에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결국 두사람은 상호 묵시적 교감속에 각자의 목표달성을 위한 「원(遠)거리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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