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파일] 캐릭터, 보편적 주제 색다른 시선으로
1999/01/14(목) 18:32
-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이렇게 찍으면 받는다
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유럽이나 제3세계의 영화 시사회가 끝나면 자주 들리는 소리. 『사실 별 것 아닌데. 우리한테도 있잖아. 조금만 잘 엮으면 되는데 그게 안되나』 결코 그 영화에 대한 평가절하나 질투가 아니다.
「별 것 아니라」는 말은 그런 소재 인물 주제는 우리한테도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일 터이고 「조금만 잘 엮으면 된다」는 한국영화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네덜란드 영화「캐릭터」(16일 개봉)도 예외는 아니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청년 야콥(페자 반 휴에트)이 30여년의 가족사를 풀어놓는다.
피도 눈물도 없는 집행관 드레버하겐(얀 데클레어), 그에게 겁탈당한 가정부 요바(베티 슈르만).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야콥. 어머니는 아버지의 행동을 죽을 때까지 용서하지 않고, 아버지는 그에 대한 복수심으로 야콥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적처럼 괴롭힌다.
그런 그 앞에 변호사 자격증을 펼쳐 보이며 『아버지 따윈 필요없어』라고 외치는, 아버지를 향한 야콥의 일생을 건 투쟁을 그린 영화. 봉건적 가부장제와 여성차별, 가난의 역사를 겪어온 우리에게도 분명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중요한 차이는 그것을 다루는 솜씨와 시선. 신예 마이크 반 디엠은 이 데뷔작에서 정적이면서 격동적인 촬영, 치밀하게 계산된 소리와 상황의 조화로 인물들의 감정을 끌어냈고, 무채색으로 1920년대 암스테르담 풍경을 재현했다.
결혼을 거부하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요바, 그럴수록 아버지와 집행관으로서 더욱 무자비해지는 드레버하겐의 행동은 당시 이념과 빈부갈등의 사회상에서 오이디푸스적인 갈등까지 드러내 준다.
아버지에게 칼을 들고 달려드는 강렬한 장면과 미스터리 기법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도입부분이나, 자결한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통해 깊은 자식사랑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반전까지 영화는 신선함과 독특함을 잃지 않는다.
「거부할수 없는 운명적 관계」「봉건적 가부장제가 남긴 상처」에서 「아무리 미천해도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면 어떤 장애도 극복한다」로까지 다양하게 읽힐 수 있으면서 누구나 공감할 작품. 그러면서 자기 삶과 목소리와 방식으로 얘기하는 영화. 바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의 자격이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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