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스포츠 영웅시대
1999/01/14(목) 16:54
13일(미국시간)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날이었다. 조던이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이날 미국은 온통 그에 관한 얘기로 시끄러웠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주요 신문들은 일제히 그의 은퇴기사를 1면에 올렸다. 기자회견이 열린 시카고의 유나이티드 센터에는 2,000여명의 보도진이 법석을 이루었고 주요 방송들은 기자회견 실황을 생중계했다.
그의 갑작스런 은퇴 소식에 접한 미국인들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정규수업을 잠시 중단하고 기자회견 광경을 TV로 시청했을만큼 조던을 영웅시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반향은 컸다. 월가에서는 조던이 광고출연하고 있는 나이키사의 주가가 5.4%나 곤두박질쳤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발표, 『조던은 라이트 형제와 함께 인간이 정말 날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그를 미국을 만들어낸 개척자의 반열에 올렸다.
하루 앞선 12일에는 「야구황제」 마이크 맥과이어가 1면 기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뉴욕의 경매장에서 그가 98년 시즌에 쏘아 올린 70번째 야구공이 무려 300만달러에 팔리는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NBA 경기를 통해 농구를 세계적인 인기 스포츠로 끌어 올린 조던이나 침체에 빠진 메이저리그를 구해낸 맥과이어는 미국에서는 명실상부한 「스포츠 영웅」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신기에 가까운 묘기도 있었지만 가뜩이나 영웅만들기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 스포츠 외에서는 영웅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는 것도 물론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가 경악했다』는 식으로 이들을 추켜올리는 미 언론의 야단법석에는 어딘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미국의 상업주의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자만심을 또한번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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