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갤러리 사비나 `돈돈돈전' 돈매개로 삶과 사회 풍자
1999/01/13(수) 18:13
돌고 도는게 그것이라지만 그 때문에 도는 사람이 많은 것이 바로 돈. 돈은 겉으로는 경멸의 대상이지만 실제로는 숭배대상인 물신이다.
작가들의 돈에 대한 철학은 대부분 냉소적이다. 돈은 때로 어린 소녀들의 옷을 벗기고(이흥덕 작 「매춘」), 실컷 먹고도 들통이 나면 무조건 발뺌을 하게 만든다(이명복 작 「난 안 먹었다」). 그래도 현대인들에게 돈은 부정할 수 없는 존재여서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신주단주 모시듯 하며(김 준 작 「신용의 문(The Credit Door)」), 파장무렵 돈을 세는 상인의 손끝은 가볍다(성병희 작 「순대장수」). 돈 때문에 안면을 바꾸는 현실을 되돌아 보게 하는 이범준 작 「철면피의 모순」, 「상부상조」의 정신은 사라지고 돈장사가 되어버린 결혼과 장례풍습을 비꼰 이종구 작 「화혼, 부의, 상속」은 얼핏 드러난 삶의 단면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이들 작품은 달력 겸 전시팸플릿에 수록돼 1,000원씩 팔린다. 이른바 「돈이 벌리는 달력」이다. 돈을 비웃는 미술작품이 또 돈으로 거래되는 세상이니 이래저래 돈은 위대할 따름이다. 「돈 돈 돈」전은 2월7일까지 갤러리사비나(02_736_4371)에서 열리고 있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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