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중섭의 `흰소' 중병으로 누었다
1999/01/13(수) 18:11
「흰 소」가 누웠다. 한국인의 기상을 가장 잘 표현한 그림으로 꼽히는 대향 이중섭(1916~1956)의 「흰 소」가 물감이 벗겨지거나 떨어지는 박락현상으로 중병을 앓고 있다.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홍익대박물관은 물감의 박락을 막기 위해 뉘어서 보관중이다. 21일부터 「이중섭 특별전」을 여는 갤러리현대에도 뉘어서 전시하거나 45도 이상 세우지 말 것을 요구했다.
55년에 그려진 「흰 소」는 유화재료를 구할 돈이 없던 작가가 베니어판에 싸구려 유화물감으로 그려 세월이 지나면서 베니어판에서 나온 접착물질과 유화가 화학작용을 일으켜 물감이 떨어지고, 작품과 유리가 달라붙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박물관은 현재 작품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은 55년 미도파화랑에서 열린 이중섭전에 나온 것을 당시 홍익대 강사였던 이경성(평론가)씨가 학교돈 5만원에 구입, 이종우미술학부장 방에 걸어놓았다가 이경성씨가 박물관장에 취임하면서 69년 박물관 소장품으로 등록했다.
「흰 소」는 일본에서 치료를 받게 될 전망이다. 한진만홍익대박물관장은『일본 시즈오카현 미술관이 4월10일~5월23일 한국 일본 중국 대만 4개국이 참가하는 미술제에 「흰 소」를 걸기 위해 작품을 수리하겠다고 제의해왔다』고 말했다. 홍익대박물관은 일본 외에 프랑스에 수리를 의뢰할 것도 검토중이다. 하지만 수리를 하더라도 「현상 유지」에 그칠 뿐 작품을 복원, 복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0~60년대 우리 사회의 미술품에 대한 무지로 미리 손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흰 소」는 한국일보사의 신년기획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그림」 1위로 선정될 만큼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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