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일본맥주시장의 교훈
1999/01/13(수) 17:57
12일 발표된 98년 일본 맥주 발매량 통계에서 아사히맥주가 39.5%의 시장을 점유, 38.8%에 머문 기린맥주를 누르고 맥주업계 정상을 차지했다.
소비자의 입맛에 좌우되는 맥주시장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 세토 유조(瀨戶雄三) 아사히맥주 사장이 『커다란 꿈을 이루었다』고 눈물을 글썽였듯 이만저만한 「사건」이 아니다.
44년간이나 지속된 기린맥주의 아성이 실로 45년만에 무너지면서 「영원한 왕자(王者)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웠다.
49년 연합군총사령부(GHQ)가 독점방지책으로 최대사인 다이닛폰(大日本)맥주를 현재의 아사히맥주와 삿포로맥주로 쪼갠 이래 일본 맥주시장은 기린맥주를 포함한 3사가 쟁탈전을 거듭해 왔다. 53년 3사는 정확히 33%씩 시장을 갈랐으나 54년 단독 선두에 나선 기린맥주는 그 이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76년 63.8%까지 점유율이 올라 간 이래 80년대 중반까지 60%대를 유지했다.
반면 아사히맥주는 85년 9.6%까지 시장점유율이 떨어져 빈사 위기를 맞았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던 아사히맥주는 배수의 진을 쳤다. 87년 기린맥주에 길든 소비자층을 포기하는 대신 젊은층을 겨냥, 생맥주의 산뜻하고 톡쏘는 맛을 살린 「슈퍼 드라이」를 발매한 것.
다양한 제품에 매달린 기린맥주와 달리 아사히맥주는 「슈퍼 드라이」 하나에만 사운을 걸었다. 꼬박 10년이 걸렸다. 97년 1월 월간 발매량에서 잠시 기린맥주를 앞질러 「정상이 보인다」는 확신을 가졌고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한편으로 기린맥주의 안이한 자세도 대역전의 커다란 요인이었다. 「나는 다르다」는 미쓰비시(三菱)그룹 공통의 체질이 발빠른 대응을 가로막았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그래서일까. 『발포주(맥아 비율을 낮춰 세금을 줄인 저가 유사 맥주)를 합치면 아직 우리가 1등』이라는 기린맥주의 주장이 썰렁하게 들린다.
위기를 기회로 살린 아사히맥주의 드라마를 「IMF 위기」에 시달리는 우리 기업에 기대할 수는 없을까? 아니 우선 오만과 착각에서 깨어날 것부터.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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