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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냄비경제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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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냄비경제증후군

입력
1999.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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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냄비경제증후군

1999/01/13(수) 17:53

■불같이 달아올랐다가도 금세 싸늘히 식어버리는 양은냄비가 한국인의 기질을 상징하는 말로 통용된지는 꽤 오래됐다. 양은은 원래 구리와 니켈의 합금(German Silver)을 말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화기에 들어온 알루미늄이 마치 은(銀)처럼 희고 광택이 난다고 하여 서양은(西洋銀)이란 뜻에서 양은이라고 불렀다. 양은, 즉 알루미늄은 열전도율이 어느 금속보다 뛰어나 냄비등 주방용품으로 애용됐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양은냄비는 더욱 가볍고 고급스러운 소재에 밀려나고 있지만 한국인의 양은냄비 기질은 여전하다는 느낌이다. 그런 탓인지 한국경제도 양은냄비 증후군을 갖고 있다. 경기변동의 진폭과 속도가 너무 크다. 달러를 한푼이라도 들여오는 것이 국가부도를 막는 일이라며 난리를 피운 게 바로 얼마전인데 이제는 넘쳐나는 달러가 환율의 급강하를 초래, 달러 퍼내기에 사력을 다하는 상황이다.

■무섭게 달아오르는 증시에서도 양은냄비 증후군을 실감한다. 지난해 9월23일까지만 해도 291.93이던 주가지수는 12일 631.19로 불과 3개월반만에 두배이상 치솟았다. 개별종목별로는 몇배이상 뛴 주식이 수두룩하다. IMF이후 할인매장에 고객을 빼앗겼던 백화점들도 고가의 경품 탓인지 다시 인파로 붐빈다. 경기가 살아나는 듯한 착각을 하기에 충분한 분위기다. 경기 예측에서 매우 보수적인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3.2%로 정부보다 높게 잡을 정도다.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양은냄비 증후군으로 인해 어느날 갑자기 경제냄비가 식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특히 실물경제는 가시적 회복조짐이 없는데도 금리, 환율, 주가등 금융시장이 너무 달아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3, 4월 중대고비설이 나오는 이유도 이러한 괴리현상 때문이다. 증시에 이어 부동산도 한순간에 달아오를 가능성이 엿보여 염려스럽다. 냄비증후군은 우리경제의 역동성과 단발성이라는 동전의 양면이다. /배정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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