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마르케스 신작 「납치일기」
1999/01/12(화) 17:58
「백년 동안의 고독」(1967)으로 이른바 환상적 리얼리즘의 독보적 작품세계를 구축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96년에 발표한 최신 장편소설 「납치일기」(전2권·민음사 발행)가 번역됐다.
「납치일기」는 콜럼비아에서 1990년 8월부터 여섯 달 동안 동안 실제 일어났던 납치사건을 르포 형식으로 쓴 소설. 거대 마약조직인 메델린카르텔과 정부 간의 치열한 싸움의 와중에 인질로 납치된 10명의 신문·방송기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마르케스는 『콜럼비아에서 헤로인보다 더 치명적인 마약은, 쉽게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행복해지는 데에 국가의 법률이 가장 큰 걸림돌이며, 읽고 쓸 줄 아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정직한 사람들보다는 범죄자가 더 안전하고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은 타락한 사회의 전형적 모습이다』며 이 소설을 통해 콜럼비아 사회의 부패상을 극명하게 폭로한다.
그의 말처럼 이 작품은 그의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철저한 사실 취재에 바탕하고 있다. 주인공을 비롯한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실존인물이다. 50년대 기자로 활동하다 군사정권 비리를 폭로한 기사로 망명길에 오르기도 했던 마르케스는 『문학적 방종(放縱) 없이 완벽하게 검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어떤 허구보다 더 허구적으로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나흘에 한 번 꼴로 대량학살이 벌어지고, 한 달이면 500여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에 대한 마르케스의 문학적 대응인 셈이다. 최근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옴진리교의 지하철독가스 살포사건을 다룬 르포 「언더그라운드」를 낸 것을 보면, 뛰어난 작가의 가장 확실한 문학적 소재는 역시 현실 그 자체인 모양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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