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비리사건] 삭제파일 30여개 복구... 수사 급진전
1999/01/12(화) 17:25
이종기(李宗基·47)변호사의 전 사무장 김현(金賢·41)씨가 11일 검찰에 자진 출두함에 따라 검찰이 이들을 뇌물공여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하는 등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다.
○…검찰이 이 날부터 알선료를 받은 검찰직원들을 소환 조사하기 시작하자 장부에 이름이 올라 있는 대전지검 직원들은 일손을 놓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억울함을 주장한 한 직원은 『처리해야 할 사건이 잔뜩 쌓여 있지만 내 자신이 죄인 취급받는 처지에 어떻게 피의자를 불러 조사할 수 있겠느냐』며 『민원인들 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대전지검은 이날 내부 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서인지 직원들에게 청사 밖에서 점심식사를 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이변호사의 사무실에서 압수한 컴퓨터 본체에서 수임명세내역등 지워진 파일이 일부 복구돼 이 문건들의 「폭발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검에서 파견된 컴퓨터전문가 2명이 11일 밤샘작업 끝에 30여개의 파일을 복구한 것.
검찰은 지난 해 5월 환란수사에서 강경식(姜慶植)전 경제부총리가 노트북컴퓨터에 보관하고 있던 대선출마계획 등 「비망록」을 확보하는 개가를 올린 바 있다. 또 같은 해 12월 총풍사건에서도 한성기(韓成基)씨 컴퓨터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보고한 문건을 확보, 총풍사건 배후규명에 커다란 성과를 올렸다.
○…11일 검찰에 자진출두한 사무장 김씨는 『비용 항목은 이변호사에게서 사건소개 대가로 월급 명목으로 받은 활동비일 뿐』이라며 이변호사와 동일한 진술을 함에 따라 이들이 사전에 입을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잠적해 있으면서 언론보도를 통해 이변호사의 진술내용을 알고 있었던 만큼 그대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이변호사가 매일 출퇴근 조사를 받았던 만큼 서로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무장 김씨는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서울로 피신, 서울역과 남대문 일대에서 노숙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최근 청주로 이동, 친지와 주변사람들을 통해 수차례 검찰에 자진 출두 의사를 밝혀오다 친구인 모변호사의 설득과 주선으로 자수했다.
○…문제의 비밀장부에 이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해준 판·검사의 명단이 일부 공개되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돈을 받지않고 사건을 소개해주는게 무슨 죄냐』며 언론보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전지검의 한 고위관계자도 『법률전문가가 사건에 맞는 적당한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것이 사건브로커의 준동을 막는 일』이라며 언론의 비난 보도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종기변호사와 김현사무장은 사건소개인들의 향응에도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역 최고급 술집 가운데 하나인 유성 A룸살롱에서 이변호사는 가장 「큰 손님」이었다. 이 술집은 이변호사가 접대를 하는 날이면 수백만원의 매상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장 김씨도 그랜저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검찰·법원직원과 경찰관 등에게 수시로 접대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변호사 사무장은 『김씨는 연봉이 5,000만원이 넘는 등 대전권에서 가장 돈 많이 버는 사무장으로 꼽혔다』며 『법원, 검찰청의 운전기사와 방호원 회식 때도 봉투를 전달할 정도로 사건수임을 위해서라면 돈을 쓰는데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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