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유턴] '단독청문회 불참' 의도 뭔가
1999/01/12(화) 18:51
경제청문회 강공드라이브를 주도해오던 자민련이 경제청문회 강경입장에서 전격 「U턴」했다. 자민련은 12일 총재단회의에서 『여권 단독의 청문회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청문회에 대한 유연한 자세를 취하며 사실상 단독 청문회 반대 당론을 정했다. 이에따라 20일께 두 여당만이라도 청문회를 개최하려던 여권의 당초 방침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사실상 청문회는 물건너갔다는 성급한 관측도 나온다.
자민련 이완구(李完九)대변인은 청문회 개최 시기 및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증인채택 문제에 대해 거듭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에서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 등 김종필(金鍾泌)총리 직계인사들이 『경색정국을 대화로 풀기위해 자민련이 앞장서야한다』며 「청문회 유연론」 카드를 꺼내자 박태준(朴泰俊)총재도 제동을 걸지않았다는 후문이다. 박총재의 측근은 『TJ가 청문회 강경론자로 비쳐진데 부담을 느껴왔다』며 수용 배경을 설명했다. 김수석부총재는 최근 김총리와 독대해 청문회 문제에 대해 깊은 얘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련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도 수용하고 「국회 529호실 사건」관련 한나라당 의원 11명의 출국금지 조치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대응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런 기류를 전해들은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대행은 이날 김수석부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청문회에 대한 언급자제를 요청했으나 자민련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자민련의 이같은 궤도수정이 야당도 함께 참여시켜 모양좋은 청문회를 개최하자는 선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 것같다. 당 관계자들은 청문회 강경론 이미지를 탈색하기위해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청문회 개최에 굳이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한나라당과 상도동에 우호적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정치적 탄력성을 얻어내려는 정략적 발상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제2여당인 자민련으로선 야당과의 제휴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내각제를 둘러싼 국민회의와의 줄다리기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민련은 최근 「내각제 공론화 유보론」 「공동여당 합당설」등이 불거져 나오자 극도로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다. 자민련으로서는 당초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민주계간의 「민주대연합」을 저지하기 위해 청문회 개최에 집착했으나 지금은 민주대연합 카드가 물건너갔다고 보고있다. 결국 자민련은 자민련배제를 의미하는 민주대연합 저지라는 목적을 달성한 만큼 이제 경제청문회 강경입장을 철회하고 또다른 정치적 운신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들이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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