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비리사건] 대통령 불호령 검찰수사 급류
1999/01/12(화) 17:38
이종기(李宗基·47)변호사 수임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류를 타고 있다. 대검은 당초 사건 소개자로 거명된 검찰 내부인사들에 대한 검찰 소환을 이번 주말께로 잡았으나 13일부터 차장검사급이하 검사들부터 차례로 소환조사키로 방침을 굳혔다. 또 충분히 경위설명을 들은뒤 소명이 불충분한 경우에만 소환하려던 당초 방침을 바꿔 전원 소환으로 급선회했다.
검찰의 수사행보가 이처럼 급속도로 빨라진데는 이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박상천(朴相千)법무장관에게 『장관직을 걸고서라도 법조 비리를 철저히 처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철저하고도 신속한 수사를 밝히면서도 소개자로 거론된 전·현직 판검사에 대한 처리방안 등을 고심하면서 신중한 행보를 보이던 검찰 내부의 기류도 이전과는 달리 긴박하게 돌아가는 양상이다.
검찰은 경위서를 먼저 제출받으려 했으나 신속한 조사를 위해 이날 오전 중 당사자 전원에게 출두요청과 함께 출두시 경위서를 지참토록 통보했다. 또 사건소개 일람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 의뢰인과 관련 사건을 파악해두는 등 검찰 내부인사 소환에 대비해 만전의 준비를 했다.
검찰의 움직임으로 볼때 「이종기리스트」에 오른 검찰 내부 인사들에 대한 조사와 처리 강도도 당초보다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검찰은 소환된 인사들에 대해 단순 금품수수 사실 여부만을 가리는 차원이 아니라 소개사건과의 직무 관련성을 따져 「돈거래」는 없었더라도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이변호사로부터 향응이나 대가성있는 접대 등을 받았는지 등을 규명하는 광범위한 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품수수가 없어 법적처리가 어려운 경우에도 관련 인사들에 대해 강도높은 징계처분을 내리거나 인사에 반영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결국 이번 사건이 2월말로 예정된 검찰 정기인사에서 대대적인 검찰 상층부 물갈이로 이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검찰내부의 반발기류도 심상치 않다. 혐의도 없는 상태에서 검찰 인사를 소환할 경우 외부에 마치 검찰이 비리의 온상인양 비쳐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해서다. 또 당사자들도 사건 소개사실을 부인하거나 『단순히 소개해줬을 뿐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소환사실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점도 검찰의 고민을 깊게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가 이날 『소환자중에 문제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억울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소환시 실명거론 자제를 요청한 것도 검찰 내부의 고민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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