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론] 법조비리, 근본수술 필요하다
1999/01/12(화) 18:33
대전 법조비리 의혹사건이 터지자 시민단체들은 법조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우리 사회에서 법조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어려운 경쟁을 뚫고 성공한 우수한 사람들이다. 자식을 낳으면 누구나 한번쯤 시켜보고 싶은 직업일진대, 어쩌다가 시민단체로부터 「전쟁」의 대상으로까지 지목된 것일까.
한때 전관예우를 「법조계의 아름다운 전통」이라 일컬은 인사가 있었다. 현직에서 떠나면 끝이라는 식으로 선배를 외면하는 메마른 세태에 비추어 아마도 전직 법관이나 검사가 후배로부터 받는 경의와 예우를 염두에 둔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비현실적이다. 그 전통의 적나라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파탄이다.
그들의 하늘은 좁디 좁다. 그들은 사회에서 자신들을 어찌 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들만의 아름다운 하늘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이제 그들이 보통사람들이 사는 궁핍한 지상을 제대로 보았으면 좋겠다. 왜 그들의 눈에는 아름다운 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쟁의 대상으로 지목되어야만 했는지를 알았으면 한다.
일각에서는 법조비리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한다. 사법연수원 교육과정에 법조윤리 과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여당에서는 전관예우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시 보자. 무엇이 문제인가를.
법조비리가 생기는 이유는 초과이윤을 보장해 주는 법률서비스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 아닌가. 어떻게 해서 사건소개가 그리 중요한가. 어찌해서 부장검사를 하다 막 개업한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성공을 보장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가면 유죄가 무죄로, 징역이 집행유예로, 구속이 석방으로 바뀐다고 믿게 되는가. 그 사회적 구조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 초과이윤의 사회학은 도외시한 채 모든 것을 윤리의 문제로 돌린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최소한의 도덕적 보장도 없다. 『개업변호사의 80%가 브로커들이 물어다주는 사건으로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실토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현직 검사들이 관련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아 이제 검찰도 과연 우리 사회가 진실을 밝힐 공정한 장치를 갖추고 있는가라는 광범위하게 공유된 의문에 답해야 한다.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기구와 제도를 갖추는데 허심탄회하게 협조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우리 사회의 도덕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검찰권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법무부장관에게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도록 하면서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8조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조항으로 검찰중립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간 왜 사회 각계각층에서 특별검사제의 도입을 주장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증거는 많다.
밝혀야 할 것을 밝히고 진실 앞에 벌거숭이로 서자. 진실은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 대통령은 검찰이 서야 나라가 선다고 말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객관적인 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사회는 믿고 몸을 바쳐 헌신할 수 없다.
우리는 모순과 비리의 지뢰밭 속에서 살고 있다. 법조비리는 언제라도 터져 나올 수 있는 「끝없는 이야기」이다.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이제 「법조삼륜」이라는 말, 그들만의 문화를 표상하는 「직연」(職緣)의 고리를 풀어버리자. 우리는 법조인들이 그들의 좁디 좁은 하늘아래 옹기종기 모여 역사의 노도를 농락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법조개혁은 이제 우리 시대의 지상과제가 되었다. 국민의 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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