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닥터K'
1999/01/11(월) 17:50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닥터K」는 구슬이 가득하다. 의학이라는 전문분야를 소재로 선택, 미스터리와 공포, 드라마와 코미디를 결합했다. 첨단 현대과학과 샤머니즘, 합리성과 비합리성을 충돌시키면서 결국은 휴머니즘에서 통한다고 제시한다. 미국 TV시리즈 「ER」보다는 폭이 넓고 우리 드라마「종합병원」보다는 더 전문적이면서 새로운 장르의 시도다.
영화는 빠른 장면전환과 교차편집, 근접촬영으로 병원이란 무대의 긴장감을 살린다. 긴장감은 닥터K라는 별명을 가진 레지던트 4년차 강지민(차인표)의 미스터리로 이어진다. 의학적으로 포기한 뇌종양 환자를 순식간의 수술로 살려놓는 그의 능력과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의 원천을 밝히는데 1시간 가까이 씨름을 한다. 마취과 의사인 지수(김혜수)의 강지민에 대한 동경과 신경외과 과장(유인촌)의 의심, 동료들의 시기는 주인공의 존재를 더욱 신비화한다.
19세라지만 사춘기 소녀같이 유치해 보이는 뇌종양 말기 환자인 오새연(김하늘)이 등장하면 미스터리는 끝나고 휴머니즘이 고개를 든다. 의사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주인공은 타고난 무속의 힘을 이용한다. 손을 환자 이마에 대고 초능력을 발휘하면 암세포가 없어진다. 대신 자기 머리에는 그만큼의 암세포가 생겨 결국은 오새연의 수술을 마지막으로 죽어 한마리 나비가 되는 강지민의 고귀한 희생.
멋진 설정이다. 그러나 기독교와 무속의 갈등을 내면화한 「을화」같은 치열함이 없다. 그냥 트랜디 드라마처럼 영상기술만 화려하다. 자막 설명없이 남발되는 의학전문용어, 김혜수의 부정확하고 빠르기만한 대사도 영화를 이해하기 힘들게 만든다. 구슬은 있는데 흩어져 버렸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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