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한국기업] 질레트 제1의 건전지 회사로..
1999/01/11(월) 16:50
「시장 점유율 1위를 잡아라」
한국 건전지의 자존심을 지켜온 로케트 전기를 지난해말 전격 인수, 국내 건전지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59.8%)을 차지한 질레트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국내 제1의 건전지 회사로 우뚝 올라섰다. 3년전 국내회사인 선파워를 인수한 미국의 듀라셀을 같은해 다시 인수한 질레트는 이번 기업인수합병(M&A)을 계기로 2년여만에 업계 석권은 물론 국내 진출한 다국적 업체의 취약점인 유통망 확보에 확고한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서울 올림픽경기가 열리기 직전인 87년 국내 면도용품 시장의 개방과 더불어 국내에 첫 발을 내디딘 질레트는 91년 현지법인 질레트코리아를 설립한 이래 면도기 제품을 비롯 치솔등 구강제품과 브라운 가전제품, 파커 만년필등을 국내에 선보여왔다.
질레트는 96년 듀라셀 인수를 발판으로 국내 건전지 사업을 석권하기위한 시동을 걸었다. 국내 건전지의 대명사로 꼽혀온 로케트전기의 「로케트」상표권을 7년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6,000만달러를 지불키로 계약하는등 질레트의 야심찬 계획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여파로 그 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 있었다.
존 버크 질레트 코리아사장은 『건전지를 판매하려면 가능한 많은 점포에서 물건을 팔 수 있는 유통망 확보가 관건』이라며『선파워와 로케트는 수 십년간 폭넓은 유통 채널을 통해 이같은 작업을 이뤘고 이들의 인수는 단순히 건전지를 질레트 제품 품목에 추가한 것 이상의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로케트 인수는 단지 국내에서 제일 잘 나가는 건전지회사의 인수 차원을 뛰어 넘어 다양한 품목을 가진 질레트의 유통망에 완전히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뜻이다.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의 건전지가 팔리는 카운터앞에 면도기나 칫솔도 함께 걸려있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선파워와 로케트가 개척한 국내 유통망을 통해 다양한 질레트 제품들을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미국 면도기시장의 67%를 장악하고 있는 질레트는 6년간 무려 7억5,000만달러를 투자,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제품 「세날 면도기(마하 3)」의 국내시판에 자신감을 갖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건전지 시장 독과점 폐해에 대한 소비자 단체들의 우려와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질레트가 독과점적 지위를 악용,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면 소비자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5년간 가격제한 등 몇가지 단서만 붙여 질레트의 로케트 인수를 승인한 것은 지나치게 외자유치를 위해 경쟁제한 원칙과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질레트로도 이같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남다른 부담감을 안을 수 밖에 없다. 향후 국내시장에서 질레트의 사업활동이 주목된다.
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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