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공연 한 번 하는 데 결재도장 16개
1999/01/10(일) 19:33
공연 한 번 하는 데 결재도장을 16개나 받아야 한다면 얼마나 번거롭고 맥빠지는 일일까. 한 지방문예회관 소속 도립오케스트라의 얘기다.
먼저 예술감독인 상임지휘자가 정기연주회 기획안을 만든다. 서류는 회관 내 공연 담당부서 공무원 손에 넘어가 주사 계장 과장을 거쳐 관장 책상까지 간다. 그 과정에서 공연 내용, 공연전단 인쇄 문제 등 여러가지 사항을 재검토, 서류의 반송과 수정이 거듭된다.
결재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관장의 결재가 떨어진 서류는 다시 돈 관리 부서로 넘어가 처음부터 다시 주사 계장 과장 관장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 출연자 개런티가 높으니 낮춰라, 전단 인쇄비를 깎아라 등등 여러가지 주문이 추가돼 서류는 또한번 반송과 수정을 겪는다. 이렇게 겹으로 결재를 마친 서류는 사안에 따라 다시 관장 선을 넘어 도관광국장, 부지사까지 올라가는 것도 있다. 다 세어보니 결재도장만 평균 16개.
전국의 국공립예술단체는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이처럼 뻣뻣한 관료행정으로 운영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잃고있다. 민영화·구조조정이 왜 필요한지 실감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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