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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해'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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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해'에 거는 기대

입력
1999.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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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해'에 거는 기대

1999/01/10(일) 18:50

올해는 문화관광부가 정한 「건축문화의 해」다. 「건축의 해」 조직위원회는 「건축은 삶의 터전, 문화의 바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올해 안에 범국민적인 건축문화운동을 펼치게 된다.

조직위는 문화관광부로부터 10억원을 지원받아 새 밀레니엄과 국가 이미지의 세계화를 위한 준비, 건축문화 의식의 발전을 위한 도시환경 가꾸기, 지역의 정체성 찾기 등 6개 분야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주택건설과 도시화의 난맥상을 볼 때, 올해를 「건축의 해」로 정해 국민의 건축문화 인식을 높이는 것조차 만시지탄의 느낌을 준다. 우리 건축문화는 이미 위기를 맞은지 오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주로 건축을 문화의 산물로 이해하기 보다 경제적 가치로 판단해 왔고, 건축가들도 직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이 현실에 안주해 왔다.

날로 확장되는 도시는 우리 고유의 개성과 미학을 잃어 그곳이 경주인지 전주인지 춘천인지, 좀 과장해 말하면 어느 나라 도시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또 한국적 주택의 모델은 정립이 안된 채 농촌 벌판 가운데도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 환경과 미관을 파괴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600년 고도(古都)의 향기를 찾기 어렵고, 조급한 상업적 동기에서 비롯된 다세대 주택은 이제 해결하기 어려운 주거환경의 숙제를 남기고 있다. 서울 근교의 경치 좋은 곳에는 건축적 통일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볼썽 사나운 음식점과 러브호텔 등이 줄을 잇고 있다.

「건축의 해」조직위가 정한 사업계획에는 우리 건축의 위상을 점검하기 위해 「한국 근·현대건축 100년 전시회」를 개최하고 다양한 건축 세미나와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건축적 문화자산을 관광과 연계시키는 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조직위의 이같은 계획에는 우리 건축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이 반영되고 있다. 「건축의 해」안에 이런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는 없겠으나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조직위는 「건축의 해」 선포식을 예년의 다른 「문화의 해」보다 보름 가까이 늦게 갖는다. 우리 건축문화가 1년 안에 제 방향을 잡기 보다는 최소한 3년 정도는 걸려야 바탕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에 계획을 신중하게 세우느라 선포식이 늦고 있다고 조직위는 설명하고 있다.

「건축의 해」가 우리 모두에게 「건축문화」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하게 하여 새로운 열매를 잉태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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