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내 성금 잘쓰이나 알려주세요"
1999/01/08(금) 19:03
불우이웃돕기, 결식아동돕기, 수재의연금, 실직가장·노숙자돕기, 북한어린이돕기, 자동전화 ARS 700…. 어려웠던 탓에 유난히 성금모금이 많았던 지난 한해. 돼지저금통을 깬 고사리손에서부터 수백만원짜리 수표를 내놓은 익명의 기탁자까지 각계의 성금과 기부금품은 봇물처럼 쏟아졌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은 애써 낸 성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다. 최근 수해복구비 등의 유용사례가 알려진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복지재단, 언론사 등에는 성금의 사용처를 문의하는 전화가 많아졌다.
지난해 수재의연금 모금액 665억원, 불우이웃돕기성금 추산액 200억원 등을 감안하면 한해 민·관에 접수되는 각종 기부금품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성금 사용내역이 상세히 공시된 적이 한번도 없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기부금을 받은 기관에서는 소액의 기탁자라 하더라도 반드시 영수증을 첨부해 사용처를 문서로 통보해주거나 신문에 결산공고를 게재, 사용내역을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이에 따라 YMCA는 최근 각 성금모금 기관 및 정부에 성금의 배분및 사용내용을 공시하는 제도적 장치마련을 촉구했다. 시민사회부 박흥철(朴興喆)간사는 『우리나라는 성금을 모금하는데는 열심이지만 엄청난 액수의 기부금품 배분및 사용처를 알려주는데는 소홀한 것이 사실』이라며 『성금의 효율적 사용과 기탁자들의 정성에 보답하는 뜻에서도 성금의 사용내역을 상세히 알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 정책실 위평량(魏枰良)연구위원도 『우리나라는 성금 모금이 너무 방만하게 이뤄지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기부금품모집규제법」과 올해 제정된 「사회복지공동모금법」이 있지만 모금방법만 규제할뿐 사용내역의 공개는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성금모금이 단체별로 방만하게 이뤄지는 폐단을 줄이고 성금배분내역 등을 투명하게 하기위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달초 발족한 사회복지법인 전국공동모금회는 각 단체를 통해 접수되는 성금의 배분기준을 신문에 공고하고 각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성금의 배분결과와 사용내역을 공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다 이 단체를 통해 모금액수와 성금배분내역 등이 공개되는 것도 이번 겨울 각 언론사와 금융기관 등을 통해 접수되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만 한정돼 있다.
공동모금회 윤수경(尹秀卿)사무총장은 『기부금품 모금·배분과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확보돼야 선진국처럼 기부금품 문화가 정착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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