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등잔밑의 Y2K
1999/01/08(금) 17:31
금속활자를 발명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지난 1,000년간 세계사에 가장 영향을 준 인물 1,000명중 1위로 올랐다. 이 평가는 두쌍의 미국 언론인부부가 수년간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들은 많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1,000명의 인물에 순위를 매겨 책으로 펴냈다. 갈릴레오도 아니고 콜럼버스도 아닌 인쇄업자에게 돌아간 「1,000년의 영광」에서 서양문명의 맥락을 느낄 수 있다.
■인류문명의 발전사를 지식과 정보의 활용에서 찾는 학자들에게 구텐베르크는 혁명적인 인물이다. 그의 인쇄술은 문자 발명 후 5,000년만에 지식과 정보를 획기적으로 대량전파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21세기 디지털시대의 기초를 깔았다. 인쇄술 발명 후 500년만에 발명된 마이크로칩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보화사회의 원동력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지식과 정보의 저장 및 전파능력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시켜 놓았다.
■그러나 인간의 지식이란 참으로 불완전하다. 바로 Y2K 문제가 이런 인간의 허점을 잘 설명해 준다. 인간복제를 할 정도로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사람들이 컴퓨터를 만들면서 몇년후에 다가올 2000년의 인식 오류를 생각 못했을까. 수많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아이디어를 쏟아내면서 이 문제를 지나쳤다니 어이가 없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실감난다.
■요즘 Y2K 대책이 우리 나라에서 새삼 큰 문제로 등장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전력 상하수도 가스 등 시민의 안전과 밀접한 시설의 Y2K 대응체제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Y2K문제에 우리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년은 족히 넘는다. 산업화는 늦게 시작했지만 정보화는 선진국이 되겠다는 정부가 이 문제 하나 유기적으로 해결할 준비가 안돼 있다니 안타깝다. 제발 시간 끌다 과학기술의 틈새 공격에 당하지 않기 바란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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