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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또 권력 눈치 보나

입력
1999.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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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또 권력 눈치 보나

1999/01/07(목) 17:52

검찰이 지방선거 공천헌금 수수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자민련 대전시지부장 이원범의원등 충청지역 자민련 의원들에 대해 내사 및 수사를 중단키로 한 조치는 검찰의 공신력에 먹칠을 하고 있다.

대전지검의 고위관계자는 6일 이의원등에 대한 수사중단을 발표하면서 『정치권 파장을 고려할 때 득 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판단에서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렇다고 수사를 완전 종결하는 것은 아니고, 상황과 시기를 봐서 다시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은 사정상 수사를 일시 중단하지만,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재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검찰 스스로 밝힌 수사중단 이유는 한마디로 검찰이 이번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상황과 시기를 봐서 수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은 또 무엇인가. 검찰이 앞으로도 계속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참으로 어이없는 말이다. 검찰이 이렇게 하고도 국민으로 부터 신뢰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당장 시중에서 『자민련이 공동정부에서 이탈할 때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겠다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검찰의 결정은 적어도 다음 두가지 측면에서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

첫째는 「정치인 사정은 법과 원칙에 따라 한다」는 기존방침을 뒤집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한나라당 의원 수사와의 형평성에도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검찰은 그간 기회있을 때 마다 국민속의 검찰, 공평무사한 법집행을 강조해 왔다. 또 불과 며칠전 검찰총수는 기자들에게 『정치인 사정수사는 법과 원칙대로 한다』고 밝힌 바도 있다. 총수의 다짐이 귀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검찰이 스스로를 모순에 빠뜨리는 결정을 했다는 것은 검찰조직의 장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검찰이 처한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쟁의 볼모가 돼버린 민생현안 처리를 위해 두여당의 공조가 불가피하다는 사정도 잘 안다.

때문에 검찰이 정치권으로부터 유무형의 외압을 받았으리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검찰이 국가사정 중추기관으로서의 사명감을 한번쯤 곱씹어 보았다면 이런 경솔한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최근 국회 정보위 529호실 사건의 경우도 검찰이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검찰이 사정기관으로서의 꿋꿋한 자세를 잃고 정치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한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검찰이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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